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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시중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논란이 더욱 씁쓸한 이유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3-01-25 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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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시중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논란이 뜨겁습니다.

시중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면 접촉 최소화 등을 위해 지점 영업시간을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로 기존보다 1시간 줄여 운영해 왔습니다.
 
[백브리핑] 시중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논란이 더욱 씁쓸한 이유
▲ 은행권 노사가 지점 영업시간 정상화 방안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사진은 24일 서울시내 한 은행 자동화기기 점포에 코로나19 관련 영업시간 조정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는 만큼 이에 맞춰 은행권 노사가 지점 영업시간을 다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건데요.

은행 측이 코로나19 이전과 똑같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하는 방안을 고수하는 것과 달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측은 9시30분부터 4시까지 30분만 늘리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은행 측과 노조 측은 25일에도 이른 아침부터 만나 영업시간 연장 방안을 논의했는데요.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같은 주장을 반복하면서 협상은 결렬됐죠.

이를 놓고 노조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KB국민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다니는 정규직 은행원의 평균 연봉은 2021년 기준 1억 원이 넘습니다.

금리인상기 이전인 2021년 5곳 모두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긴 만큼 고금리시대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 차이) 확대로 순이익이 더욱 늘어난 2022년에는 평균 연봉이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고객 편의를 위해 지점 영업시간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데 반대한다니,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난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겠죠.

하지만 이를 코로나19 엔데믹 시대 근무환경을 포함한 사회환경의 큰 변화 흐름 속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노사 사이 힘 싸움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노조 이기주의 비판이 나오는 곳은 은행권만은 아닙니다.

최근 IT업계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빠르게 확산했던 재택근무를 줄이는 것과 관련해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고 일부 노조는 이를 막기 위한 단체행동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조 이기주의 비판을 받는 은행원 입장에서도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점 은행원들은 지금도 지점 통폐합 등에 따라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영업시간이 끝난 뒤 하루를 정산하고 주요 고객들과 소통하는 또 다른 업무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점 영업시간이 늘면 그만큼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이런저런 점을 다 고려해도 지금의 은행권 노조 행태가 다른 업종의 노사 의견 충돌과 비교해 더욱 씁쓸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마 은행이 지닌 공공성 때문일 겁니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다른 산업과 달리 공공성이 강합니다.

은행산업은 사회에 돈을 돌게 하며 실물을 뒷받침하는 경제의 핏줄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서민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은행산업이 무너지면 국가경제는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금융위기가 오면 국가가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을 살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론 현재 노사 갈등 상황을 놓고 볼 때 은행 측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노조에 따르면 은행 측은 노조의 조속한 논의 요청에도 미온적 태도를 보이다 영업시간 정상화를 향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시작되자 뒤늦게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실내마스크 착용의무 해제 이후 영업시간에 대해서는 산별 단체교섭에서 논의하기로 한 합의를 어기고 아무 논의 없이 ‘기존 영업시간으로 회귀’라는 답을 들고 협상에 임했습니다.

노조는 이날도 이미 답을 정해 놓은 사측의 일방적 원상복구 요구로 협상이 결렬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은행권은 물론 국내 다수의 노사는 매년 단체교섭를 진행하며 원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 팽팽한 기 싸움을 벌입니다.

노조 입장에서는 향후 진행될 단체교섭 등 협상 과정까지 고려할 때 일방적으로 답을 정해놓고 금융당국 압박에 뒤늦게 협의에 응한 은행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노조원들한테 기 싸움에 밀린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노조가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노조는 이날도 은행 측과 협상 결렬을 알리는 입장문 마지막에 ‘고객의 관점’에서 미래지향적 해결방안을 도출하자고 적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당연히 은행 문이 오래 열려 있으면 좋습니다. 그만큼 편의성이 높아질 테니까요.

실은 은행 지점 영업시간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코로나19 이전 오후 4시에 문을 닫을 때도 직장인들이 은행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휴가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시중은행들이 코로나19 이전부터 일부 지점 영업시간을 오후 6시까지 탄력 운영하고 토요일 문을 여는 특화점포를 마련한 점만 봐도 이런 수요가 이전부터 있었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은행 측을 대변하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이날 노조 측과 협의 이후 시중은행을 포함한 회원사에 30일부터 영업시간을 다시 이전으로 되돌릴 것을 권고하는 안내 공문을 내려 보냈습니다.

금융노조는 이와 관련해 가처분 소송 및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닙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날 협상은 사측의 일방적 주장으로 결렬됐지만 사측이 요구한다면 언제나 대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건 은행 노사가 잘 협의하고 지점을 효과적으로 운영해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일일 겁니다.

은행 측과 노조 측 모두 향후 협의 과정에서 조금씩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더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상황을 풀어가기를 바라봅니다.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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