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셀프연임, 특혜연임이라는 비판이 많다.”

김호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장(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이 11일 오전 서울시 동숭동에 있는 경실련에서 열린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에 관한 토론회’의 시작을 알리면서 단호한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법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따져볼 때 현직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은 셀프연임이나 특혜연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현재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어선 상태다.

농협법 개정안이 농해수위 전체회의마저 통과하면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자구 심사를 받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농협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가시화되기 시작하면서 현직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19일 농협중앙회장 연임제가 도입되더라도 이를 개정 당시 회장에게는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허용 법안이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상정되고 국회 본회의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국회 안팎에서는 연임제 허용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도 농협중앙회장 연임제에 따른 부작용을 짚어 국회에서 다뤄지고 있는 농협법 개정안을 비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지웅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날 발제를 맡아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에 따른 문제점을 살폈다.

이 사무국장은 현재 농협중앙회는 농민조합원의 이익을 실현하는 민주적 조직이 아니라 막대한 사업이익을 기반으로 회원조합을 통제하는 중앙집권적 조직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임제가 도입된다면 중앙집권적 농협중앙회의 구조는 한층 공고해지고 농협중앙회장은 연임을 위해 인사권과 경영권을 부당하게 행사해 경영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농협법 개정안이 현직 농협중앙회장부터 연임제를 적용하도록 한 것은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현직 회장을 위한 특혜라고 비판했다.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이 허용됐던 2007년까지 현직 회장들 모두가 연임에 성공했다는 점은 현직 프리미엄이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해준다고 짚었다.  

이 사무국장은 “농협중앙회의 민주화, 농협중앙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임직원에 대한 농민조합원의 민주적 통제가 전제되지 않은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은 그간의 농협개혁의 성과마저 수포로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는 지금 시점에 필요한 논의는 연임제가 아니라 농협중앙회의 존재이유부터 다시 찾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 변호사는 “농협중앙회가 현장 농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통을 해소하는데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드는데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부터 다시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국회 회의록을 인용해가며 농협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농협중앙회의 입법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무처장은 윤준병 의원의 국회 발언을 통해 농협중앙회 기획실에서 국회의원을 상대로 입법로비 시도를 했다면서 구체적 의혹이 제기된 만큼 입법 논의를 중단하고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지웅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과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과 관련해 나눈 일문일답이다.

-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이 지주회사 체제의 농협중앙회 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 회원조합과 농민조합원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는데 어떻게 개선돼야 한다는 것인가

“농협중앙회는 사업을 하면 안 된다. 기존의 사업 시스템은 농협중앙회의 주인인 회원조합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 신협중앙회와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은 연임을 허용하고 있다. 다른 협동조합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연임제를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연임제 도입을 형평성 때문에 법적으로 단순하게 비교할 것은 아니고 역사적이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농협중앙회와 마찬가지로 연임제 허용이 논의되는) 수협중앙회 등은 상대적으로 중앙회와 회원조합, 조합원의 이익 괴리 문제와 비민주이라는 점이 지적이 되지 않고 있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드러난 농협의 문제점들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협동조합이라고 단순히 연임을 허용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

-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연임 논의의 적기는 언제라고 할 수 있는가

“그전에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비리와 문제점 때문에 중앙회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직선제와 단임제가 도입됐다.

게다가 농협중앙회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평가가 좋지 못하다. (제도 도입) 취지가 충분히 달성되고 있는지 평가를 거쳐야 한다.”

-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농협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가

“논란이 되고 있으니까 국회에서 그냥 통과시키기에는 부담이 있지 않을까 한다.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고성이 오고가고 윤준병 의원이 셀프연임을 금지하는 법안도 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현직 회장에게 연임을 허용하는 형태로는 법안이 통과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