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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라이벌] TSMC 창업주 장중머우, 미국 투자로 '오랜 꿈'까지 이뤄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01-1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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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라이벌] TSMC 창업주 장중머우, 미국 투자로 '오랜 꿈'까지 이뤄
▲ 장중머우 TSMC 창업주(오른쪽)는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자신의 오랜 꿈이 되살아나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은 장중머우 창업주가 2018년에 자선단체의 행사에 참석한 모습. < TSMC >
[비즈니스포스트] “1987년 TSMC를 창업할 때부터 나는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짓겠다는 꿈이 있었다. TSMC의 첫 시도는 꿈이 아닌 악몽에 가까웠고, 이를 벗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충분한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오래 전의 꿈을 되살려 실현할 수 있게 됐다.”

91세의 장중머우 TSMC 창업주는 2022년 12월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마침내 꿈이 이루어지는 날을 맞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공장에 큰 기대감을 걸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TSMC가 약 27년 전 미국 오리건주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처음 설립한 결과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공장 가동의 효율성과 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장점을 찾기 어려웠고, 결국 이는 뼈아픈 사업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자연히 TSMC가 장기간 대만과 중국 이외 지역에 반도체 시설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던 원인이 됐다.

그러나 TSMC가 애리조나에 건설하는 새 반도체공장은 미국 정부의 요청과 지원을 바탕으로 설립된다는 점에서 이전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현재 TSMC에서 진행되는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이자 삼성전자와 투자 경쟁에도 핵심으로 꼽힌다.

TSMC는 2024년 생산라인 가동을 목표로 2021년 6월부터 미국 애리조나공장 착공에 들어가 외관 공사를 대부분 마치고 반도체 생산장비를 반입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삼성전자는 약 1년 뒤인 2022년 6월부터 반도체공장 기초공사 작업을 시작했는데 목표 가동 시점은 2024년 연말부터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약 21조 원)을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짓는다. TSMC는 당초 120억 달러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최근 규모를 400억 달러(약 50조 원)까지 늘렀다.

두 반도체기업이 잇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경은 바이든 정부의 미국 내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과 이에 따른 생산공장 유치 노력에서 찾을 수 있다.

2021년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는 미국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에서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여론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배경으로 꼽혔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시도한다면 미국에서 TSMC 등 기업의 반도체를 수입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의 공장도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도체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주요 반도체기업이 미국에 반드시 공장을 설립하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결국 2022년 8월 효력이 발생한 반도체 과학법, 이른바 반도체 지원법으로 불리는 법안으로 구체화되었다. 미국에 반도체 생산공장 또는 연구개발센터를 건설하는 기업에 520억 달러(약 65조 원)의 지원금 및 추가로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TSMC는 미국 반도체 지원법 통과 여부가 불확실했던 2021년에 과감히 애리조나 공장 투자를 결정했는데 미국 정부와 상당한 논의 끝에 이뤄진 결정으로 분석된다. 공장 투자에 드는 비용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설립할 이유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바이든 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에 힘을 싣는 과정에서 TSMC에 충분한 정부 지원을 약속해 금전적 측면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설득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삼성의 라이벌] TSMC 창업주 장중머우, 미국 투자로 '오랜 꿈'까지 이뤄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8월9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하고 있다. < EPA >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도 반도체 지원법 시행 가능성이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던 시점에 발표되었고 공장 착공도 해당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시작됐다. TSMC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도 미국 정부에서 충분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어느 정도 깔려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TSMC의 미국 공장 투자는 모두 바이든 정부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투자 규모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성장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내 대형 반도체 고객사들의 수요 증가 전망도 고려한다면 수혜 가능성은 더욱 뚜렷하다.

그러나 두 회사의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에 따른 성과가 앞으로 점차 격차를 보이면서 파운드리사업의 미래를 가르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직 미국 정부의 구체적 보조금 규모와 각 기업의 투자 계획이 안갯속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TSMC는애리조나 공장에 반도체 생산 장비를 반입하는 기념식을 개최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초청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도 참석해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투자 유치 성과를 강조했다. 

미국 상무부는 2023년 1분기 중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심사해 보조금 규모를 결정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TSMC 공장을 찾아 장중머우 창업주를 비롯한 경영진을 만났다는 점은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TSMC가 투자 규모를 늘려 처음에는 계획에 없던 3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미국에 설립한다는 내용도 이 날 처음으로 발표됐다. 미국 정부와 TSMC의 관계를 고려하면 이런 결정은 사전에 충분히 조율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에 최종 결정은 아직 지켜봐야 할 문제이지만, 삼성전자는 투자 규모가 TSMC보다 밀리고 어떤 미세공정을 도입할 지도 확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혜 가능성이 비교적 불투명하다.

삼성전자가 TSMC보다 더 공격적으로 미국 내 반도체공장 투자 확대에 나설 여지는 충분하다. 2022년 6월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당국에 제출한 세금 감면 신청서에서 이런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문서는 삼성전자가 텍사스주에 최소 1676억 달러(약 209조 원)를 들여 2034년부터 9곳의 새 반도체공장 가동을 순차적으로 시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반드시 이런 계획에 따라 실제로 투자를 진행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TSMC의 반도체공장 투자 유치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 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삼성전자도 이런 계획을 일부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충분하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미국 반도체공장의 초반 수주 성과가 좋거나 고객사들의 잠재적 수요가 커진다면 삼성전자도 자신감 있게 TSMC를 따라 투자 확대를 추진할 수 있다.

물론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등 인센티브 적용 규모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 등 인프라와 다수의 기술 전문인력 충원 가능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에 해당한다.

삼성전자와 TSMC의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는 세계 지정학적 환경 변화와 반도체산업의 성장성에 맞춰 더욱 주목받는 행보로 꼽히고 있다. 이들의 투자 결정이 글로벌 반도체 생산 거점 다변화 추세와 바이든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으로 중요한 성장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런 결정은 두 반도체기업이 한국이나 대만, 중국 등 국가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해 비용 부담만 키우는 전략적 실책으로 남게 될 수도 있다. 결국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반도체 지원 정책에 ‘칼자루’를 쥔 미국 정부의 결정 아래 놓였다. 김용원 기자
 
[편집자주] 2023년,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및 국가 경쟁력에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때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현재 전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경제팀에서 연재하는 [삼성의 라이벌] 기획은 삼성전자와 주요 라이벌 기업 사이의 경쟁 판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예측해 삼성의 현 위치를 짚어보고 이러한 경쟁이 어떠한 방식으로 삼성의 위기 극복 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진단한다.

1부- 삼성 vs TSMC
(3) TSMC와 물량 싸움은 역부족, 첨단공정 중심으로 경쟁
(4) TSMC 창업주 장중머우, 미국 투자로 '오랜 꿈'까지 이뤄
(5) TSMC 미중 갈등의 중심에 놓여, 삼성전자에도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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