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에서 커지는 로봇 수요에 맞춰 사업확장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를 로봇사업 구상을 실행에 옮기는 원년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한 부회장은 기술력이 뛰어난 벤처기업에 투자를 통해 로봇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1차적으로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로봇 시장을 선점하는 데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한 부회장은 초고령사회에 쓰일 로봇을 개발하는 중장기적 계획을 한걸음씩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올해 첫 투자를 단행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한국의 최초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휴보)을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로봇플랫폼 전문기업이다.
삼성전자가 로봇기업에 직접 지분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로봇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술고도화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요 제품으로는 협동로봇과 의료용 로봇, 2족·4족 보행로봇 등이 있으며 로봇기술을 이용한 솔루션을 개발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투자가 주목되는 이유는 연구개발의 시발점이 인간형 이족보행에 있다는 점에 있다.
삼성전자가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드는 기업에 투자를 감행한 것은 기술고도화를 통해 고령사회에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고객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 말 자신이 겸직하고 있는 DX부문장의 직속조직인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키면서 전담조직을 강화해 로봇사업을 확대할 채비를 했는데 앞으로 더욱 조직이 보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고관절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로봇 ‘젬스 힙’의 시판전 신고를 한 바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특히 미국시장에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미국은 특히 전쟁에 투입된 상이군인이 많아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어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성장잠재력이 높은 분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회계법인 삼정KPMG의 자료에 따르면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율이 20% 이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일본과 독일은 각각 2006년과 2009년 도달했다. 한국과 미국은 2026년과 2036년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정KPMG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소비여력을 갖추고 새롭게 고령인구로 진입하는 뉴 시니어는 핵심 소비주체로 부상할 것이다”며 “새로운 시장 형성에 따른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IS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웨어러블 로봇 시장규모는 2020년 약 5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 무렵에는 88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시장 전체 규모 또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한국수출입은행은 글로벌 로봇산업이 2020년 약 250억 달러에서 2030년 1600억 달러로 연평균 20%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인간형 로봇이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처럼 널리 보급돼 보편적 단말장치가 될 것으로 바라봤다.
골드만삭스는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산업은 2030년까지 미국 제조업 노동력 부족의 4%를, 2035년까지 전 세계 노인 돌봄 수요의 2%를 만족하는 주요 시장으로 거듭날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8월 로봇을 포함한 미래 신사업 분야에 3년 간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다면 올해는 로봇 분야 투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를 통해 로봇용 만능 인공지능 개발기업 ‘컨베리언트’와 인공지능 로봇기업 ‘인튜션 로보틱스’, 신경과학 기반 로봇용 인공지능 스타트업 ‘비케이우스’ 등 로봇기업에 다각도로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로봇을 고객접점의 새로운 기회영역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올해 사업화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