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월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친윤(친윤석열)' 대표주자로 발돋움하는 모양새이지만 나경원 부위원장은 여전히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가장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전당대회가 당원투표 100%로 치러지는 만큼 나 부위원장이 출마한다면 가장 유리한 상황이다.
당권 주자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도 남다르다. 과거의 인연을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고려할 때 당무에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나 부위원장에게 은근히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나경원 부위원장은 6일 KBC '여의도초대석'에 출연해 "최근 전당대회 모습을 보면서 관전만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며 "그래서 마음을 조금 굳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당대표에 출마하려면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에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의 동의가 필요할 것 같다'는 질문엔 "인구 문제나 기후 문제에 당대표가 관심을 가지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명시적으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나 부위원장은 당대표 출마를 시사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확답을 피하는 등 출마를 저울질해왔다.
나 부위원장이 출마를 공식선언하면 명실상부한 1강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나 부위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당대표 '원픽(One Pick)'이다.
미디어토마토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당대표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 나 부위원장이 30.5% 1위를 차지했다. 김기현 의원은 18.2%, 안철수 의원은 16.5%로 조사됐다. 여론조사공정이 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나경원 부위원장 35%, 김기현 의원 15.2%, 유승민 전 의원 13.7%, 안철수 의원 12.4% 등으로 집계됐다.
장제원 의원이 킹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김장연대'로 김기현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상황에서 권성동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하면서 김기현 의원으로 친윤계의 단일화가 이뤄졌다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에서 단순비교이긴 하지만 권성동 의원의 지지층(3.7%)이 김기현 의원을 지지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나경원 부위원장 지지율이 김기현 의원(18.2%+3.7%)을 오차범위 밖인 8.6%포인트 앞서고 있다.
나 부위원장이 '윤심' 대결에서 불리하지만도 않다.
윤핵관의 행보를 통해 윤심이 김기현 의원에게 기울었다는 시선이 많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실제 윤심이 나경원 부위원장에 있는것 아니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나 부위원장이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맡은 것을 놓고 나 부위원장의 당대표 경선 출마를 막으며 윤 대통령이 친윤 당권주자 사이 교통정리를 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이다.
나 부위원장은 21대 총선과 2021년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 당대표 경선 등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며 정치적 위상이 쪼그라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컨트롤타워의 수장으로 나 부위원장을 임명해 정치적으로 부활하도록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대통령실과 협조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당권주자들은 저마다 윤심을 외치고 있기에 나 부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인연이 더욱 부각된다.
나 부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로 홍익대 인근 서교고시원에서 함께 사법시험을 준비한 사이로 알려졌다. 두 사람 다 사시 합격이 늦은 편으로 연수원 기수는 1기수 차이다. 고시를 준비하던 시절에는 윤 대통령이 나 부위원장의 이름으로 불렀으나 나 부위원장이 결혼한 뒤부터 '나 여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나 부위원장의 배우자 김재호 판사도 서울 법대 동문인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부가 모두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만큼 부부 동반 관저 만찬 여부도 관심사다.
나 부위원장은 2일 윤 대통령이 주최한 신년인사회에서 초청 의사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 부위원장이 배우자와 함께 윤 대통령 관저를 찾는다면 사적 인연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