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하는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등 인센티브가 미국 반도체기업에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 시행을 통해 제공하는 대규모 보조금 및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가 주로 인텔과 마이크론, IBM 등 자국 반도체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나 대만 TSMC 등 정부 지원을 기대하고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짓고 있는 기업들이 받을 수 있는 수혜폭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거론된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증권전문지 마켓워치에 따르면 반도체 지원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보조금 제공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정부에서 내놓은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에 반도체공장 및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는 기업에 520억 달러(약 66조 원)의 지원금 및 추가 세금 감면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마켓워치는 미국 정부가 중국과 대만에 반도체 의존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대규모 예산을 들여 자국의 기술 리더십과 안보를 지키기 위한 의도를 두고 있다고 바라봤다.
따라서 이런 목표에 가장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반도체기업에 정부 지원이 집중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자연히 미국 반도체기업들이 해당 법안에 가장 큰 수혜를 보게 될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투자 규모와 기여도 측면에서 다수의 기업이 상위권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텔은 이 가운데 정부에서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반도체기업에 꼽혔다. 인텔은 미국 반도체산업의 약점으로 꼽히던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며 미국에 최소 2곳 이상의 대규모 공장 투자를 예고했다.
마켓워치는 인텔이 미국 정부의 핵심 인프라 및 군사 안보 분야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지원에 중요한 성장 기회를 안고 있다고 바라봤다.
마이크론과 글로벌파운드리, IBM과 타워세미컨덕터도 큰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으로 제시됐다. 해당 기업은 모두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거나 미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 400억 달러 이상의 투자계획을 내놓은 마이크론은 전 세계에서 10% 미만에 그치는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글로벌파운드리와 타워세미컨덕터는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해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중요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마켓워치는 IBM이 뉴욕 연구개발센터에서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개발하는 등 미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결국 미국 반도체산업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잠재력이 큰 자국 반도체기업들이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주요 수혜기업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마이크론의 미국 뉴욕 반도체공장 예상 조감도. |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신설하고 있는데 최근 투자 규모를 기존 120달러에서 400억 달러로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TSMC의 발표행사에 참석해 이를 환영하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러나 마켓워치는 미국 정부가 TSMC에 투자 지원금을 제공하는 일이 지나치게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 악화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미국이 TSMC에 지원을 늘려 거둘 수 있는 효과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TSMC에 지배력을 행사한다면 TSMC가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일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공장을 신설하고 있지만 마켓워치가 제시한 반도체 지원법 예상 수혜기업 명단에서 빠져 있다.
인텔과 마이크론, TSMC 등 경쟁사와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고 미국 기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자국의 제조 역량과 기술력을 모두 키우려 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와 같은 해외 기업이 미국의 반도체 기술 강화에 기여할 가능성은 비교적 크지 않다.
결과적으로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은 미국에 대규모 공장 투자를 약속한 상태에서도 미국 기업과 비교해 지원금을 받는 데 다소 불이익을 안을 수 있다는 전망이 이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미국 상무부는 2023년 1분기까지 반도체기업들의 신청서를 받은 뒤 심사를 마무리해 업체별로 제공하는 지원금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심사 기간에 맞춰 미국에 반도체공장 및 연구개발센터 투자 확대 계획을 제시하고 미국의 기술 역량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정부 지원에 큰 수혜를 노리기는 다소 어려워질 수도 있다.
마켓워치는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와 공급망 안정성, 기술 리더십을 반도체 지원법에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고 있다”며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한 보조금 분배 방안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