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항우연 조직개편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물러났다.
15일 항우연 등에 따르면 고 본부장은 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에 제출한 사퇴서를 통해 “조직개편으로 발사체개발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조직이 사실상 해체됐다”며 “이대로는 누리호 3차 발사와 산업체로의 기술이전 등 국가적 임무를 완수하는 게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조직개편에 항의하며 과기부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고 본부장이 지난 2020년 5월5일 업로드된 항우연 유튜브채널에서 나로호 개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항우연 유튜브 갈무리>
고 본부장과 함께 분야별 기술개발을 총괄했던 부장 5명도 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본의 본부-부-팀 체계에서 부와 팀을 폐지하고 본부만 남겨, 머리만 있고 수족은 모두 잘린 상태가 됐다”고 항우연의 조직개편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 본부장이 항의한 항우연의 조직개편안은 지난 12일 발표됐다. 누리호 개발을 담당했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를 2023년 6월 이후에 해체하고 신규조직을 만드는 게 주요 내용이다. 조직개편안은 2023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항우연은 팀의 장벽을 없애 구성원들을 필요에 따라 여러 사업에 배치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현재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에는 부서 5개가 있고 그 밑에 15개의 팀이 있다.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으로 발사체연구소가 신설되며 그 아래에 2실6부2사업단의 체계가 만들어짐으로써 기존의 팀은 모두 사라진다.
항우연 관계자는 “조직개편에 따라 별도조직으로 있던 소형발사체 연구조직도 발사체 조직에 통합되는 등 발사체 연구인력 숫자도 다소 증가하고 상위조직의 수도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 본부장은 지난 6월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 발사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항우연 내부에서는 조직운영과 인사문제를 두고 지속적으로 갈등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부는 지난 14일에 고 본부장과 이 원장을 불러 의견조율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