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TSMC 주식 매수를 결정한 점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미국에 반도체 시설 투자 규모를 확대한다고 발표하면서 최근 TSMC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한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결정도 재조명되고 있다.
워런 버핏이 TSMC의 미국 내 안정적 고객사 기반 확보와 정부 지원에 따른 수혜를 예측하고 과감하게 기술주에 투자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1일 증권분석지 모틀리풀에 따르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TSMC 주식 매수를 결정한 배경을 두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버크셔해서웨이는 3분기에 약 40억 달러 규모의 TSMC 주식을 매수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주식자산 가운데 10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TSMC와 같은 반도체주는 일반적으로 증시와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비교적 큰 변동성을 보이는 성장주에 해당한다.
버핏 회장이 업황과 관계 없이 안정적 이익을 꾸준히 내는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가치투자 원칙’을 수십 년 동안 앞세워 온 점에 비춰보면 TSMC 주식 매수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모틀리풀은 TSMC 주가가 2022년 들어 50% 가까운 하락폭을 보였던 만큼 버핏이 저점매수 기회를 노리고 투자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반도체업황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반도체주가 내년까지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저점매수에 나서기는 적당하지 않은 시점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TSMC는 최근 기업가치에 중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발표를 내놓았다.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공장 규모를 기존 12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로 늘린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TSMC의 반도체공장을 직접 방문해 투자 결정을 환영하며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을 통한 강력한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따르면 현지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짓는 기업은 수조 원대의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투자 규모를 확대하면 더 많은 지원을 받기가 유리해진다.
워런 버핏 회장이 기존의 투자 원칙에서 벗어나 TSMC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은 미국 내 투자 확대와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를 예측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가 주요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들이 위치한 미국에 파운드리공장을 건설하면 이들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수주해 탄탄한 실적 기반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TSMC 공장 투자와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면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지을 때의 약점에 해당하는 비용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애플과 엔비디아, AMD 등 미국 대형 IT기업과 반도체기업은 TSMC에 첨단 반도체 생산을 사실상 모두 의존하고 있다. TSMC가 기술력과 생산 능력에서 우위를 차지한 데 따른 것이다.
팀 쿡 애플 CEO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 경영진이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TSMC 미국 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생산을 맡기겠다고 발표한 점도 이를 보여주는 근거로 꼽힌다.
TSMC가 미국에서 해당 고객사들의 물량을 수주하는 데 좋은 성과를 낸다면 업황 변화에도 공장 가동률을 유지해 꾸준한 매출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워런 버핏이 투자를 선호하는 대부분의 기업들과 비슷한 성격을 띠게 되는 셈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현재 애플 주식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애플 역시 아이폰 등 제품으로 꾸준한 수요를 창출하며 안정적 현금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결국 버핏이 기술주 투자를 꺼리던 이전의 태도를 바꿔 애플과 TSMC 주식 매수를 결정한 점은 해당 기업들의 주식이 가치주에 가까운 성격을 띠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TSMC가 생산하는 반도체가 스마트폰과 PC 등을 넘어 자동차와 군사 등 분야에서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 워런 버핏의 투자 결단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틀리풀은 “TSMC의 성장세와 수익성을 살펴보면 워런 버핏이 투자 기회를 노릴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다만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및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TSMC 사업에 앞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꼽혔다.
TSMC가 미국에 투자를 늘리더라도 여전히 대부분의 반도체는 대만 및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 국가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틀리풀은 “전 세계 반도체기업들이 TSMC 단일 기업에 의존을 갈수록 낮춰야만 할 이유가 충분하다”며 “당분간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종목이라고 판단한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