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등 우유업체들이 원유가격 인하로 우유부문 수익성 개선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원료가격 인하가 제품가격 인하로 이어질 경우 우유제품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미 우유제품 수익성이 악화한 상태라 제품가격을 인하할 경우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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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수 서울우유 상임이사(왼쪽)와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 |
낙농진흥회는 올해 낙농진흥회 소속농가에서 구입하는 우유 원유 기본가격을 지난해보다 18원(1.9%) 인하한 리터당 922원으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인하된 원유가격은 8월 1일부터 내년 7월 31일까지 1년간 적용된다. 원유가격이 전년 가격보다 인하된 것은 2013년 8월부터 원유가격 연동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원유가격 연동제란 전년도 원유가격에 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다.
매년 상승하는 물가상승률이 연동돼 있어 원유가 남아돌아도 생산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원유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원유가격 연동제 도입 첫해 원유가격은 리터당 834원에 940원으로 올랐고 2014년과 2015년에는 가격이 동결됐다.
우유업체들은 국내 우유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생산쿼터가 있어 공급물량을 대폭 줄일 수도 없고 원료비 부담이 커 가격인하도 힘들다.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국내 일반 흰우유 시장규모는 2013년 1조107억 원에서 2014년 9950억 원, 지난해는 9449억 원으로 줄었다. 1인당 우유소비량도 지난해 32.5㎏을 기록해 전년 대비 1㎏ 줄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4.6㎏ 감소했다.
우유업체들의 우유사업 수익성도 악화했다. 한국유가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남양유업·매일유업·한국야쿠르트 등 10개 업체가 흰 우유부문에서 본 영업손실이 352억 원에 이른다.
우유업체들이 원료가격 인하를 반영해 제품가격을 내릴 경우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우유 판매로 손실이 나는 상황에 원가가 소폭 떨어졌다고 해서 가격 인하에 나설 경우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우유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365일 할인행사가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소비자가격을 소폭 내린다고 판매가 크게 늘지도 않을뿐더러 되려 손실만 커지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유업체들도 원유가격 인하를 제품가격에 반영할지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원유가격 인하가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충분히 논의를 진행한 다음 이르면 8월말에서 9월 초순에 제품가격 변동에 대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해외 원유시장과 비교했을 때 국내 원유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우유제품 소비자가격 조정은 시장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등 낙농국가들의 원유가격이 우유제품 소비자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내외다. 우리나라는 흰 우유 소비자가격에서 원유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