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GC이테크건설이 3세 경영에 돌입한다.
실향민 출신으로 ‘마지막 개성상인’이라는 별명이 있던 고 이회림 OCI 창업주가 1959년 동양화학공업으로 시작한 회사는 제철과 에너지, 건설로까지 가지를 치며 2대를 거쳐 3대로 이어지고 있다.
▲ SGC그룹은 28일 이사회를 통해 이우성 SGC이테크건설 및 SGC에너지 전략기획실장을 SGC이테크건설과 SGC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했다. |
29일 SGC이테크건설은 기존
이복영, 안찬규 대표에서 이우성, 안찬규 체제로 대표이사를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이복영 SGC이테크건설 대표이사 회장이 사임하고 아버지의 자리를 이우성 대표가 물려받은 것이다. 이 대표는 SGC그룹 지주회사인 SGC에너지 대표에도 올라 그룹 경영승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SGC이테크건설과 SGC에너지는 OCI(동양제철화학)그룹 계열이지만
이복영 회장 일가가 독자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회사다.
이복영 회장은 '개성 상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 고 이회림 OCI그룹 창업주의 둘째 아들이다.
이회림 창업주는 1917년 경기 개성에서 태어나 개성 송도보통학교를 졸업했다. 1937년 건복상회를 세워 상인의 길을 시작했고 1959년에는 OCI그룹의 모태가 된 동양화학을 설립했다.
OCI그룹은 오너2세 체제에서부터 이회림 창업주의 세 아들인 고 이수영 명예회장,
이복영 회장, 이화영 회장이 각각 OCI, SGC, 유니드 계열을 나눠 맡아 이끌고 있다.
OCI는 2017년 이수영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이우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3세 경영에 들어섰고 이제 SGC도 이우성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오면서 세대교체를 알렸다. 개성상인의 손자들이 경영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이우성 대표는 1978년생으로 올해 45세다.
이 대표보다 10살 많은 사촌형인 이우현 OCI 부회장도 2009년 40대에 들어서면서 OCI 사내이사에 올랐고 2013년 45세 나이로 OCI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할아버지 이회림 창업주가 동양화학을 세운 때도 40대에 들어섰을 때였다.
개성에서 학교를 나온 할아버지와 달리 이 대표는 미국에서 경영학을 배웠다. 미국 크랜브룩스쿨을 나와 미국 카네기멜론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사촌형인 이우현 OCI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과정을 마쳤다.
2007년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의 딸 구은아씨와 결혼했고 SGC이테크건설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그 뒤 2014년 SGC이테크건설 경영기획실장 전무, 2015년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20년 그룹 지배구조 개편 뒤 SGC에너지와 SGC이테크건설 전략기획실장 부사장을 맡았고 최근 기업형 벤처캐피탈 SGC파트너스를 세워 친환경, 에너지 등 분야에서 그룹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주도해왔다.
이 대표는 SGC그룹 지주사 SGC에너지의 최대주주로 SGC에너지를 통해 SGC이테크건설 지배력은 이미 확보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승계 작업은 마무리돼 있는 상황인 만큼 이번 대표 선임은 오너 경영인으로 본격적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2022년 9월30일 기준 SGC에너지 지분 19.2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아버지
이복영 회장(10.13%)보다 지분이 많다.
SGC에너지는 또 SGC이테크건설 최대주주(지분 31.58%)다.
여기에 이 대표는 개인적으로도 SGC이테크건설 지분 5.29%를 들고 있어 SGC에너지,
이복영 회장(5.86%)에 이어 3대주주다.
SGC이테크건설은
이복영 회장이 아예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복영 회장은 SGC에너지에 전문경영인 박준영 사장, 이우성 신임 대표와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SGC이테크건설은 2021년 시공능력평가순위 45위의 중견 건설사다.
1982년 건설기업으로 설립돼 1997년 OCI의 기술부를 인수한 뒤 석유화학, 정밀화학, 발전에너지, 바이오제약,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분야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사업을 주력으로 성장해왔다.
SGC이테크건설은 군장에너지 등 자회사를 통해 발전에너지사업도 영위하고 있었는데 2020년 11월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군장에너지를 떼어내고 플랜트와 토목건축 등 순수 건설사업만 남겨두게 됐다.
이에 기존 주력사업인 플랜트 외 주택건축사업을 키워 이익기여도가 높았던 군장에너지가 떨어져 나간 자리를 메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 금리인상, 경기침체 등으로 중견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경영환경을 고려하면 이 대표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 있다.
SGC이테크건설 해외 플랜트사업도 업계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이다.
SGC이테크건설은 중국 상하이와 말레이시아, 사우디에 해외법인을 두고 플랜트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SGC이테크건설 해외법인들은 하나같이 영업이익 적자를 지속하면서 자본이 마이너스 상태인 자본잠식에 빠져있다.
2022년 3분기까지 SGC이테크건설은 해외법인 세 곳에서 모두 영업손실 11억8339만 원을 냈다. 지난해에도 해외법인에서 영업손실 18억3925만 원이 났다.
SGC이테크건설은 올해 유가상승으로 정유화학부문에서 세계적으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베트남 신규 진출을 바탕으로 동남아 시장을 확대하고 중동에서도 영업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SGC이테크건설은 이 대표 선임 보도자료에서도 “이 신임 대표는 2007년 SGC이테크건설에 입사했을 때부터 해외사업팀에서 일하면서 사우디시장을 개척했다”며 “이 대표가 사우디에서 이뤄낸 매출이 1조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