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11-28 15: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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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반도체기업들이 최근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도 '칼바람'이 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1년 동안 인력수와 1인 평균급여액이 모두 상승하며 인건비가 대폭 늘었는데 반도체업황 악화가 장기화되면 이를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인력 구조조정,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해 비용을 관리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 사옥. <연합뉴스>
2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빅테크에서 시작된 인력 구조조정이 인텔과 글로벌파운드리,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기업에도 옮겨 붙고 있다.
미국 내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글로벌파운드리는 11월11일 직원들에게 연간 2억 달러(약27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통보했다.
인텔은 앞서 2025년까지 최대 100억 달러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따라 수천 명에 이르는 대규모 감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반도체 업계 3위인 마이크론도 올해부터 이미 고용을 축소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아직 채용 감축안이나 인력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기업들이 과거에도 업황이 하락기에 접어들었을 때 고액 연봉자에게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비용절감 대응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2022년 3분기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에 직격탄을 맞으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미 낸드플래시에서는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SK하이닉스는 올해 4분기부터 2023년 2분기까지 영업손실을 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2023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황이 급격하게 악화된 것과 달리 기업들의 인건비 규모는 최근 1년새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해 6월30일 기준 SK하이닉스는 직원 수는 3만595명으로 평균급여(상반기 기준)는 8100만 원, 급여총액은 2조4186억 원에 이른다. 이는 2021년 상반기 1인당 평균급여 5800만 원, 급여총액 1조6803억 원에서 대폭 증가된 것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직원들의 평균급여(상반기 기준)도 4800만 원에서 5100만 원으로 올랐고 급여총액은 5조2100억 원에서 5조77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게다가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은 최근 경쟁사들이 진행한 큰폭의 임금 인상에 맞춰 대졸 신입사원 초임 연봉을 기존 5150만 원에서 5300만 원으로 인상했던 만큼 2023년 인건비 지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SK하이닉스의 2022년 상반기 기준 급여총액은 2021년 같은 기간보다 7천억 원 이상 증가했다.
물론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처럼 당장 적자전환을 걱정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악화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언론에서 삼성전자 모든 사업부에 일반 경비를 기존보다 50%를 줄이라는 지침이 내려졌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경비 절감 지침이 있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달리 국내 기업은 직접적인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명예퇴직도 권고 사항인 만큼 성과급이나 복지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방식으로 비용절감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등 주력 사업부 소속 임직원들에게 기본급(상여 기초금)의 1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기본급의 200%를 특별보너스로 지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 예년 수준의 특별보너스가 없을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
지난해 직원들에게 300%의 특별보너스와 1000%의 성과급을 지급했던 SK하이닉스는 올해 보너스와 성과급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지급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기업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반도체업계에서 IT분야로 빠져나가는 직원들이 많아 이를 잡기위해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연봉을 올려줬는데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내부 직원들은 내년 연봉 인상률도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