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2-11-14 12: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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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경력직 채용을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바이오 인재 확보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스카웃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 롯데바이오로직스는 11월 경력자 채용공고를 통해 지원자가 전 직장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도록 경고했다.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홈페이지에 낸 11월 경력사원 채용공고에 지원자의 영업비밀 침해를 경고하는 문장을 새로 포함시켰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채용공고 기타사항 항목에 “회사는 타인의 영업비밀을 존중하고 침해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다하고 있습니다”며 “입사지원자께서는 회사 채용 전형절차에서 현 직장과 과거 직장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고 말했다.
어느 기업이든 경력자를 채용할 때 전 직장의 영업비밀을 가져오거나 활용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회사가 경력자를 통해 영업비밀을 접하게 되면 해당 기업과 법적 공방을 벌이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롯데그룹에서 이번처럼 지원자의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일은 이례적이다.
14일 기준으로 롯데바이오로직스와 함께 경력자 채용을 진행하는 롯데그룹 계열사는 롯데중앙연구소, 롯데칠성음료, 롯데컬처웍스, 롯데알미늄, 롯데이네오스화학 등 다섯 곳이다. 이들 회사의 채용공고에는 지원자에게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는 문장이 없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올해 6월 설립된 뒤 몇 차례 경력자 채용을 진행했으나 이전까지는 채용공고에 이런 내용을 넣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기존에 채용한 경력자들로 인해 영업비밀 유출 의혹이 불거진 사례를 교훈 삼아 앞으로는 채용 단계에서부터 거름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진행한 7월 채용공고(위쪽)와 11월 채용공고의 기타사항 비교. 11월 채용공고에 영업비밀 침해를 경고하는 문구가 새롭게 포함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이와 함께 앞으로 영업비밀 유출을 이유로 한 법적 분쟁이 벌어질 경우를 대비해 회사쪽에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혀두려는 뜻도 있어 보인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직원 3명이 영업비밀을 유출했다고 주장하며 해당 직원들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비밀 침해 의혹은 이후 검찰 수사로 확대됐다. 검찰은 지난 10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압수수색해 이직한 직원의 PC 등을 확보했다.
향후에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롯데그룹을 대표하는 바이오기업으로서 위탁개발생산(CDMO)사업을 궤도에 올리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CDMO시장 신규 진입자로서 여러 글로벌 행사에 참여하며 고객사 확보에 힘쓰는 중이다. 또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공장을 인수하는 데 이어 국내에도 10억 달러가량을 투자해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인천 송도와 충북 오송이 국내 생산시설을 지을 주요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 채용되는 경력자들도 국내 생산시설 구축을 준비하기 위한 인력으로 파악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공정설계, 프로젝트관리자(PCM), 기계설계, 공조(HVAC)설계, 전기설계, 토목/건축설계 등의 분야에서 경력자를 채용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해본 사람을 우대한다.
채용된 사람들은 최초에는 서울 잠실에서 근무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근무지를 이동할 수도 있다. 근무지를 옮길 경우 신규 생산시설이 지어지는 곳에서 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