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10-26 15: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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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사업이 미국의 반도체 규제로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니케이아시아는 25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로부터 1년의 반도체장비 수출규제 유예기간을 받았지만 여전히 중국에서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플랜B를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 일본 니케이아시아는 25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이 미국의 반도체 규제로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14나노 이하 로직반도체에 대한 장비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신규 규제로 인해 필요한 별도의 라이선스 없이도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1년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다. 유예기간 1년이 지난 뒤에는 다시 개별 허가를 받아야 중국 내 공장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니케이아시아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서 근무하는 임원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이 제공한 1년의 유예기간은 화해의 제스처라기보다는 중국 사업에 대한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중국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자사 낸드의 38%를 만든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에서 자사 D램 가운데 4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에서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장비의 반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등은 사실상 중국 반입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조심스러운 예측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EUV 반입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다만 일부 EUV 레이어를 한국에서 백업하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2020년대 후반까지는 우시의 D램 공장 운영에 심각한 이슈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의 메모리반도체 기업은 중국에 큰 규모의 공장을 두지 않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중국 시안에 반도체 테스트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제조 공장은 없다. 일본 키오시아도 중국 내 칩 제조 능력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니케이아시아는 “미국의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는 초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의 딜레마를 부각시킨다”며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과 한국은 오랜 정치적, 군사적 동맹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과 산업 정책이 때때로 한국의 대기업들을 압박해왔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니케이아시아는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만든 전기자동차는 그것들이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근 미국의 보조금(세제혜택)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