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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론' 한복판에 놓인 롯데그룹, 시장 우려의 실체는 뭘까?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2-10-24 15: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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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론' 한복판에 놓인 롯데그룹, 시장 우려의 실체는 뭘까?
▲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론'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실체는 있는 것일까? 사진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경.
[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론’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롯데건설 유상증자와 계열사로부터의 자금지원 등 자금조달을 놓고 자금사정이 어려운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로부터 시작된 위기가 롯데케미칼, 롯데지주 등을 타고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마저 나돈다.

이를 두고 시장에 ‘일리가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위기론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실무근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롯데건설에 대한 자금조달도 시중의 자금경색 우려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라는 것이다.

24일 신용평가사와 증권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롯데그룹에서 ‘롯데지주→롯데케미칼→롯데건설’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현재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론의 핵심으로 파악된다.

롯데건설이 최근 연달아 자금조달 행보를 보이면서 이 위기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롯데건설은 18일과 20일에 연달아 공시 2건을 올렸다.

1건은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2천억 원 규모로 진행한다는 것이며 나머지 1건은 롯데케미칼로부터 5천억 원의 단기차입금을 3개월 만기로 빌리는 것이다.

시차를 얼마 두지 않고 모두 7천억 원을 조달하겠다고 발표한 탓에 시장의 충격은 컸다.

롯데건설이 급박하게 자금조달에 나선 것은 강원도가 레고랜드의 채무보증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채권시장이 급랭한 탓이다. 통상 건설사들은 부동산 건설 사업을 진행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활용하는데 이 역시 레고랜드 사태의 후폭풍으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롯데건설의 자금조달이 비단 롯데건설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롯데그룹 위기론은 증폭되고 있다.

롯데건설의 최대주주는 지분 43.79%를 보유한 롯데케미칼이다. 호텔롯데도 롯데건설 지분 43.07%를 들고 있으며 롯데알미늄, 롯데홀딩스, 신동빈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더하면 롯데그룹측 지분이 99.59%다.

롯데건설을 지원하려면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계열사들이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에 단기차입금 5천억 원을 빌려주고 유상증자에 1천억 원 가까운 돈을 넣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문제는 롯데케미칼도 썩 좋은 형편이 아니라는데 있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쓰려고 잡아둔 자금지출 계획이 많다. 당장 2조7천억 원 규모로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기로 한 것을 제쳐놓더라도 신사업 투자 등에 들어가는 재원도 상당하다.

하지만 벌어들이는 돈은 이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1조973억 원, 영업이익 612억 원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은 30.2% 증가한 것이지만 영업이익을 보면 95.0% 줄었다.

물론 그동안 롯데케미칼은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나이스신용평가도 “롯데케미칼은 2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부채비율 52.1%, 순차입금의존도 3.9% 등 매우 우수한 재무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이러한 재무 안정성이 유지될지를 놓고는 장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동시에 나타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그러나 석유화학산업 전반의 경기 둔화와 시장구조 변화로 수익성 하락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대규모 신증설투자가 지속될 예정임을 감안할 때 당분간 차입금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롯데건설의 위기가 결국 롯데지주까지 타고 올라갈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의 지분 25.5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지주→롯데케미칼→롯데건설’이라는 지배구조는 롯데건설의 휘청임이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에까지 미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그런 목소리의 근거다.

실제로 롯데지주가 계열사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 등으로 재무적 지원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목소리를 억측이라고 무시하기만은 힘들다.

더욱 안좋은 것은 롯데지주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롯데지주의 현금성자산은 별도기준으로 2019년 3292억 원에서 2022년 2분기 말 7149억 원까지 꾸준하게 늘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순차입금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롯데지주가 별도기준으로 보유한 순차입금은 2019년 1조2027억 원에서 2020년 1조7644억 원, 2021년 2조2084억 원, 2022년 2분기 말 2조6943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그동안 코리아세븐 유상증자 참여, 롯데헬스케어 설립, 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롯데지주의 순차입금의존도는 2019년 15.4%에서 올해 2분기 말 30.3%까지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30% 미만의 순차입금의존도를 ‘안전하다’고 평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롯데지주는 재무상황에 막 ‘경고등’이 들어온 셈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재무부담이 일진머리티얼즈 인수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에 대한 재무적 지원 가능성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롯데지주의 신용도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장의 평가를 놓고 롯데그룹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의 자금조달 문제를 놓고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의 재무부담 확대를 논하는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간 억측이라는 것이다.

롯데그룹 전반에 걸친 유동성 위기론의 뿌리는 롯데건설의 자금조달인데 이 문제가 시장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롯데그룹은 근거로 든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건설의 이번 자금조달이 일시적 문제에 불과하다면 나머지 추측 모두 말 그대로 추측일 수밖에 없다”며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이 모두 해명한대로 롯데건설의 이번 자금조달은 일시적 대응이며 롯데케미칼의 재무 안정성도 매우 우수한 편이라 유동성 위기론의 근거는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련주들의 움직임도 반등으로 전환해 유동성 위기론이 소문에 불과할 수 있다는데 힘을 싣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주가는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며 일주일 사이 각각 17.27%, 10.28% 하락했다. 하지만 24일 이들의 주가는 각각 4.52%, 3.13% 올랐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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