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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두산그룹 종착점 '수소', 박정원 200년 에너지기업 초석 놓다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2-10-12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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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 어디일까? 일본의 사찰 전문 건설 기업 곤고구미라고 한다. 창업연도가 서기 578년이니 거의 1500년 역사를 지닌다.

한국 최장수 기업은 어디일까? 두산그룹이다.

1896년 설립돼 지금에 이르렀으니 조금 더 있으면 130살이 된다.

‘부불삼대’란 말이 있다. 부자가 3대 못 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두산그룹은 기업의 역사와 함께 가업의 명맥도 끊이지 않았다. 박승직 창업주에서 현 박정원 회장까지 4대째 이어가고 있으니 부불삼대 법칙도 깨뜨린 셈이다.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 헤르만 지몬은 그의 책 ‘히든챔피언’에서 탁월하고 지속적 혁신 없이는 미래는 물론 현재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조언한다. 변화와 혁신을 DNA를 기업 생존의 필수 요건으로 본 것이다.

두산그룹이 장수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도 이 변화와 혁신 DNA가 꼽힌다. 1896년 포목점에서 시작해 화장품, 맥주, 음료 유통 등 소비재 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지금 두산그룹의 사업 면면을 따져보면 소비재 사업은 온 데 간 데 없이 완전한 중공업 기업으로 바뀌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두산그룹이 변화·혁신의 지향점으로 차세대 에너지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수소가 있다.

물론 두산그룹이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는 데 다소 늦은 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공감대 아래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탈탄소·탈원전 바람이 불던 2010년대 두산그룹은 석탄화력발전에 주력하는 오판을 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대 흐름을 놓친 오판과 더불어 2010년대 불어닥친 재무위기로 그룹이 존폐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이런 어려운 때에 두산그룹의 사령탑을 맡은 사람이 박정원 회장이다. 2016년 그룹 회장직을 맡은 뒤 그룹의 체질을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바꾸는 데 속도를 올렸다.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안착시킨 사람도 박 회장이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직을 맡기 전인 2014년 지주사 두산의 회장 자격으로 두산그룹이 연료전지 사업에 진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적극적 인수합병을 통해 연료전지 분야에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는 동시에 기술력을 확보했고 2019년 연료전지 부문의 인적분할을 통해 두산퓨얼셀을 출범시켰다. 현재 두산퓨얼셀은 국내 발전형 연료전지시장의 70% 가량을 점유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룹의 주축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의 사업구조를 석탄화력 중심에서 친환경에너지로 바꿔나가는 일도 추진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성장사업의 연평균 수주목표를 올해 3조2천억 원에서 2016년까지 5조3천억 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 사업의 수주목표가 3조9천억 원에서 2조4천억 원으로 축소되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세부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서 2조1천억 원, 가스터빈에서 1조8천억 원, 차세대원전에서 8천억 원(+알파), 수소사업에서 6천억 원을 수주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서 체질 전환의 최종 지향점은 결국 수소라고 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및 트라이젠 시스템 개발 등 한 발 앞서 있는 수소 비즈니스에서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풍력과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기존 수전해 방식보다 효율이 높은 고체산화물 전기분해 기술 개발, 수소액화플랜트, 수소터빈, 수소모빌리티 등 생산, 유통, 활용에 이르기까지 수소산업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업 내용 중 언뜻 보기엔 수소와 관련 없어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수소와 접점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수소를 연소시켜 터빈을 돌리고 그 회전력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게 한 가지다. 화학 에너지를 기계 에너지로, 그리고 다시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방식이다.

두 번째로 연료전지를 활용해 화학에너지를 바로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두산그룹은 두 가지를 모두 하고 있다. 최근 두산에너빌리티가 세계에서 5번째로 대형 가스터빈 개발을 마쳤는데 이 가스터빈 기술은 수소터빈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징검다리 격으로 평가된다.

두산퓨얼셀의 연료전지 기술 역시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원전사업도 수소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원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면서 잉여 전력이나 폐열을 활용해 수전해를 거쳐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이 개발 중에 있다.

그럼 해수담수화 사업은 어떨까? 잊을만하면 두산에너빌리티가 중동 지역 해수담수화 프로젝트를 수주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해수담수화 역시 수소경제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중동 지역은 화석연료 시대에도 자원이 풍부했지만 수소 시대에도 수소 부자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조건이 매우 좋기 때문이다. 또 북아프리카 역시 수소 부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이런 지역들 가운데는 물이 부족한 곳들이 많다. 그린수소 생산이 물을 분해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물 부족 요건을 서둘러 해결할 필요가 있다.

수전해를 통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려면 많은 양의 정제된 물이 필요합니다. 그냥 강에서 떠온 물에도 미생물이나 각종 성분들이 녹아 있어서 이런 것들을 제거한 뒤 수전해를 해야 한다.

그래서 아예 바닷가 근처에서 태양광을 설치하거나 해상풍력과 수전해 시설을 연계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 만큼 두산에너빌리티의 해수담수화 사업 역시 수소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다.

두산그룹은 친환경에너지기업으로 전환은 늦었을지언정 친환경에너지가 종국적으로 가야할 방향인 수소로 향하는 첫발은 누구보다 빨리 뗐다. 수소경제로 향하는 여정이 두산그룹의 역사에서 또다른 변화와 혁신의 DNA로 기록될지 궁금하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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