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한옥마을의 '삼락재'. 삼락재는 2020년 서울우수한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한옥포털> |
[비즈니스포스트] 서울 도심의 한옥이라고 하면 대부분 종로구 북촌을 떠올릴 것이다.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위치한 조선시대 양반들이 살던 주거지다.
조선시대에는 경복궁으로 출퇴근하던 양반들의 규모가 큰 기와집들이 들어서 있었지만 지금의 북촌에는 중소 규모의 한옥들이 밀집해있다. 1920년대 부동산개발회사들이 북촌의 대규모 필지와 임야를 매입해 도시형 한옥을 대량으로 지어 공급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현대 한국의 주거문화가 고층 아파트를 중심으로 발달하면서 주거지로 한옥은 북촌과 같은 한옥밀집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특별한 집’이 됐다. 기와지붕과 대청마루, 마당을 품은 한국의 전통가옥 한옥은 보전해야 할 전통건축자산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옥이 사무실, 호텔 등 다른 용도로 쓰이면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 거리 모습. <서울한옥포털> |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부터 10월4일까지 국내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서울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서울뷰티트래블위크 행사의 하나로 서울우수한옥 14곳을 둘러볼 수 있는 ‘행복작당’을 진행한다.
서울우수한옥은 서울시가 한옥을 보전하고 한옥 건축과 리모델링 등을 장려하기 위해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인증제도다.
현재까지 서울에서는 모두 81개의 한옥이 우수한옥으로 선정돼 인증현판 등과 함께 정기점검과 유지, 관리지원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도 10월14일까지 제7회 서울우수한옥 선정을 위한 신청 접수를 받고 있다.
올해 행복작당 행사에서 관람할 수 있는 한옥인 종로구 가회동의 ‘지우헌’도 지난 2016년 서울우수한옥으로 선정된 14곳 가운데 한 곳이다.
지우헌은 2014년 설립된 건축회사 참우리건축이 시공한 한옥이다. 개인 소유 별장이었는데 올해 4월 리모델링을 통해 갤러리로 변신했다.
서울한옥포털에 따르면 지우헌은 위아래로 단차가 나는 땅의 경사를 이용해 지상에는 살림채를, 지하에는 아래채를 둔 한옥 목구조 형식의 집이다. 지상에서 보면 전형적 단층 한옥이지만 아래쪽 출입구에서 보면 지하 1층을 포함한 2층집 형태를 갖추고 있다.
지우헌은 갤러리로 문을 연 뒤 롯데백화점과 협업해 전시회를 열었으며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한옥 '지우헌'. 지우헌은 2016년 제1회 서울우수한옥으로 선정됐고 2022년 4월 리모델링을 통해 개인 소유 주택에서 갤러리로 재탄생했다. <서울한옥포털> |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11에 위치한 한옥 ‘자명서실’도 이번 행복작당 행사에서 둘러볼 수 있다.
자명서실은 낡은 전통한옥의 형태를 살려 2005년 신축한 건물이다.
자명서실도 개인 소유 주택이었다가 ‘K-컬처’ 바람 등을 타고 국내외에서 한옥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한옥호텔로 새 옷을 입었다.
실제 글로벌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캐서린 파월 글로벌 호스팅 총괄은 지난 2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옥은 매우 인기있는 플랫폼”이라며 에어비앤비 카테고리에 한옥을 새로 포함할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자명서실은 한옥 한 채를 독채로 쓰는 만큼 하루 숙박비가 주중 110만 원에서 주말 130만 원에 이르는데 호텔뿐 아니라 여러 행사 장소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 자리잡은 한옥호텔 '자명서실'. <자명서실 인스타그램 계정> |
서울 종로구를 벗어나면 조금은 덜 알려진 한옥마을들도 있다.
성북동에는 사대문 밖에서 처음으로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된 앵두마을과 선잠단지가 있다.
성북구는 ‘성의 북쪽’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한양의 둘레를 감싸고 있는 성곽의 북쪽지역을 지칭하는 말이 동네 이름이 됐다. 성북구는 조선시대 왕자들의 별장이 있기도 했고 문인과 화가들의 거주지이기도 했다.
앵두마을은 성북동1가 105-11 일대로 현재 3만1245㎡ 지역이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앵두마을에는 한옥 38채에 한옥이 아닌 집 131채가 어우러져 있다.
선잠단지는 성북동 62번지 일대로 한옥 20채와 비한옥 24채로 이뤄진 동네다.
▲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한옥마을 전경. <은평문화관광 홈페이지> |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은평구 진관동에는 2014년 수도권 최대 규모 한옥전용 주거단지로 조성된 은평한옥마을이 있다.
은평한옥마을은 서울도시주택공사가 은평뉴타운 3-2지구 하나고교 건너편 한옥지정구역 6만5500㎡ 부지에 분양한 마을이다. 은평한옥마을에는 40~120평대 다양한 규모 1~2층 높이의 한옥 156필지로 구성됐다.
은평한옥마을에는 서울우수한옥으로 선정된 한옥들도 많다. 그 가운데 2020년 서울우수한옥 인증을 받은 ‘삼락재’는 부부와 3형제가 사는 집이다.
박공지붕 처마의 조형미가 눈에 띄는 한옥으로 2층 계자난간(조선시대에 널리 쓰이던 난간 형식)과 어울리는 추녀(목조건축물에서 처마와 처마가 일정한 각도로 만나는 부분에 걸치는 건축재) 배치 등 전통한옥의 미가 잘 드러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은평한옥마을은 마을 서북쪽으로 진관근린공원이 있고 북한산 둘레길 9구간이 마을을 지난다. 서울 도심에 자리잡은 북촌한옥마을과 또 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 서울 은평구 삼각산금암미술관. <은평문화관광 홈페이지> |
은평한옥마을은 인근에 은평구의 역사, 한옥 관련 콘텐츠를 전시하는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을 비롯해 은평한옥마을 조성 시 시험적으로 건축한 한옥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삼각산금암미술관 등 둘러볼 만한 곳도 많다.
한옥은 서양 근대 건축양식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그와 대비해 우리의 전통적 건축양식을 지칭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국어사전에는 1975년쯤 한옥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재된 것으로 파악된다.
원래 한옥은 한국의 살림집을 말하는 것이었지만 현재는 건축양식을 표현하는 말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서울시의 '서울특별시 한옥보전 및 진흥에 관한 조례'에서는 한옥을 주요 구조부가 목조구조로 한식기와를 사용한 건축물 가운데 전통미를 간직하고 있는 건축물과 그 부속시설로 정의하고 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