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왼쪽)이 9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시행하며 현대자동차와 기아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해 미국과 한국 사이 관계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대만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아시아 출장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연합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전기차 보조금 관련 문제로 한국의 ‘칩4 동맹’ 참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30일 대만 디지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의 여파가 미국 정부의 칩4 동맹 구축을 위한 노력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연합의 핵심 국가에 해당하는 한국과 미국 정부 사이에서 전기차 보조금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면서 두 국가의 셈법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전기차와 반도체 등 주요 산업 전반에서 미국 정부가 앞세우는 정책 방향을 두고 한국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비슷한 기조의 정책이 앞으로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미국에 협상력을 키워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한국과 미국 사이 갈등의 핵심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 등 미국에 아직 전기차 생산공장을 운영하지 않는 기업의 차량이 정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에서 소외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에 생산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런 정책을 펴고 있다.
앞으로 반도체 분야에서도 비슷한 기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은 이미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정부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 반도체기업들이 중국에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반도체 생산 투자를 벌일 수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앞세우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서 주도하는 칩4 동맹에 참여해 더 적극적으로 협력을 추진한다면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산업에 더 깊숙이 개입하려 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주요 반도체기업이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 투자에 제한을 받아 중국시장에서 지배력을 잃게 된다면 이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중단보다 훨씬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한국의 반도체 최대 수출국가에 해당하고 한국 전체 수출 규모에서도 중국이 지난해 기준 24% 안팎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한국 반도체업계에서 이미 미국과 협력 확대를 두고 비관적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의 칩4 동맹 구축 시도에 한국이 소극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칩4 동맹 구축을 위한 본격적 논의를 앞두고 참여 국가 가운데 하나인 일본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와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한국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도 진행하면서 반도체와 전기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미국과 한국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해리스 부통령에 전기차 보조금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전달하고 앞으로 꾸준히 관련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보조금 관련한 문제에 확실한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한국 정부가 미국과 반도체 협력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만 디지타임스는 한국이 미국의 요청에 따라 결국 칩4 동맹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았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한국 반도체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결정을 내리는 일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한국 정치권에서도 점차 칩4 동맹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