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식시장에서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좋지 않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고 몸값을 낮춰 상장한 차량공유 플랫폼 기업 쏘카의 주가는 상장 첫 날 대비 28% 넘게 하락했다.
▲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가 좋지 않은 가운데 상장을 앞둔 플랫폼 기업인 컬리, 오아시스, 케이뱅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에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달러화 강세가 지속적으로 심화된 탓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것) 단행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자 투자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이렇게 불안정한 증시 상황에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상장시기를 놓고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20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의 운영사 컬리와 케이뱅크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승인을 받았고 오아시스는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뒤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국내 1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상장을 노리는 컬리는 8월22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통과일로부터 180일 안에 상장해야 되기 때문에 컬리는 늦어도 내년 2월 안으로 상장을 마쳐야 한다.
다만 컬리 상장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침체하면서 기업공개 시장도 위축돼 있으며 컬리가 매출 증가와 함께 영업손실도 늘어나고 있어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 1조5614억 원을 거뒀지만 영업손실도 2177억 원을 기록했다. 해마다 매출 규모는 커졌으나 영업적자도 함께 늘어 현재 누적 적자는 약 5천억 원에 달한다.
컬리는 지난해 상장 전 투자유치 때 약 4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최근 책정된 기업가치는 2조 원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상장한 쏘카처럼 공모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더 하락할 수도 있다.
증권업계에서 컬리의 연내 상장 가능성을 놓고 여러가지 말이 나오는 만큼 컬리 측도 상장시기와 관련해 고민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상장해야 하는 날짜가 내년 2월까지라 그 안에 가장 최적이라고 생각될 때 상장하겠다”고 말했다.
컬리와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오아시스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9월8일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오아시스는 컬리와 달리 흑자를 내고 있다. 다만 영업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이나 인지도 및 규모에서 컬리보다 뒤처진다는 점이 부정적 평가로 나오고 있다.
오아시스의 지난해 매출은 3570억 원, 영업이익은 57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으나 컬리의 지난해 매출 규모와 비교했을 때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9월20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융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케이뱅크는 한때 기업가치가 8조 원에 육박한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올해 8월 기준으로 시장에서 산정한 기업가치는 약 4조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 측이 여전히 7조 원 이상의 몸값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시장에서는 케이뱅크가 무리하게 연내 상장을 추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케이뱅크의 비교그룹인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도 케이뱅크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 이후 가장 높았던 지난해 8월20일(9만4400원)부터 최근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올해 9월8일(2만4800원)까지 73.73% 하락했다.
다만 케이뱅크는 재무적투자자(FI) 자금회수를 위해서라도 2023년 안으로는 꼭 상장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상장을 아예 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뱅크 최대주주 BC카드는 재무적투자자와 2023년 안에 상장하지 못할 경우 재무적투자자의 보유 지분을 매수한다는 콜옵션을 체결해 놓고 있다. 재무적투자자가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규모는 약 965억 원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 측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상장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말할 게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내년까지 증시가 불안정할 것이란 의견이 많은 만큼 이처럼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각 부문의 플랫폼 기업들이 공모 과정에서 눈을 낮춰 상장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투자심리가 지금과 비슷하거나 지금보다 더 위축된다면 공모가를 낮춘다고 해도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
지난 8월22일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쏘카도 공모가를 한참 낮춰 상장을 강행했으나 상장 이후 약 한 달 동안 미끄럼틀탄 듯 주가가 하락했다.
쏘카의 희망 공모가격은 3만4천 원~4만5천 원이었고 확정 공모가격은 2만8천 원이었다.
상장 첫 날 쏘카 주가는 공모가보다 6.07% 하락한 2만6300원에 장을 마쳤으며 9월20일 1만8550원에 거래를 끝냈다. 공모가 대비 33.75% 낮은 수준이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