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신규 쓰레기소각장(자원회수시설) 부지로 마포구를 선정했다. 사진은 도심 자원회수시설 개념도. <서울시> |
[비즈니스포스트] 서울시가 신규 쓰레기소각장 부지로 마포구 상암동을 선정하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식 블로그에 올린 마포구 주민들의 이해를 호소하는 글에는 16일 기준 댓글 3920여개가 달렸다. 다른 글들에는 댓글이 평균 10개~100여 개, 많아도 200여 개 수준이다.
대부분의 댓글은 소각장 부지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미 소각장이 있는 마포구에 또 서울시 쓰레기 처리를 떠안기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의견부터 당장 기존 소각장의 유해물질 배출량부터 공개하라는 날선 반응도 많다.
쓰레기소각장은 쓰레기를 태우면서 배출되는 연기, 악취 등에 관한 우려로 대표적 기피시설, 나아가 혐오시설로 인식된다.
이에 서울시는 신규 소각장 건설 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건물 디자인과 주변 시설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건설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각시설은 지하화하고 지상부는 국제적 설계 공모를 진행해 주민이 원하는 편의시설과 공원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자원회수시설추진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신규 소각장 편의, 문화시설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주민들이 선호하는 시설 위주로 구성하겠다는 게 내부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실제 쓰레기소각장을 랜드마크로 만든 해외 사례들을 적극 소개하면서 주민 설득에 온힘을 쏟고 있다.
▲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쓰레기소각장 겸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 <아마게르자원센터 홈페이지> |
대표적 사례로는 덴마크 코펜하겐 도심에 위치한 쓰레기소각장 겸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가 꼽힌다.
아마게르 바케는 한국의 에너지 공기업을 비롯해 건설사들까지도 주목한 사례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온라인 소통채널에서 아마게르 바케를 ESG 건축물의 좋은 예로 소개했다. 아마게르 바케는 2021년 제14회 세계건축축제에서 올해의 세계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마게르 바케는 쓰레기소각장이지만 지붕에 조성된 녹색 스키장, 85미터 높이의 인공암벽, 수천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는 산책로와 자전거길 등 레포츠와 여가시설로 더 유명하다.
아마게르 바케는 대부분이 평지로 산이 없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코펜힐’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다양한 행사와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마게르 바케에서는 올해 7월 여름밤에도 야외 재즈콘서트가 열렸고 지난 6월에는 지역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보물찾기 행사도 진행했다.
▲ 덴마크 코펜하겐의 쓰레기소각장 겸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 지붕에 조성된 녹색 스키장에서 시민들이 스키를 타고 있다. <아마게르자원센터 홈페이지> |
각종 스키, 하이킹 행사는 끊이지 않는다.
그동안 덴마크에서는 해마다 53만 명 정도가 스웨덴, 노르웨이, 알프스 등으로 스키를 타러 떠났는데 이제는 아마게르 바케 지붕의 스키장이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아마게르 바케 설계를 맡은 비야케잉겔스그룹은 발전소 여러 동을 높이 순으로 이어 그 위에 스키 슬로프를 만드는 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세계 유명 스키장을 설계해온 IAD가 참여해 15%와 18%의 완만한 경사도부터 23%, 23~45%의 가파른 경사도를 가진 스키 슬로프 4코스를 조성했다.
스키 슬로프는 눈이 아닌 특수 코팅된 플라스틱 잔디를 사용해 아마게르 바케는 초록의 스키장을 얹고 있게 됐다.
아마게르 바케에는 스키 장비숍과 대여점, 카페 등이 있는 스키센터도 있다.
▲ 덴마크 코펜하겐의 쓰레기소각장 겸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에는 다양한 산책로와 하이킹코스 등이 마련돼 있다. <아마게르 바케의 여가시설들을 운영하는 코펜힐 홈페이지> |
지붕의 경사가 다양한 만큼 산책로도 산길 달리기 코스부터 가벼운 하이킹 코스까지 10여 개에 이른다.
소각장의 가장 긴 외벽부분에는 85미터 높이의 암벽등반 코스가 마련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공암벽으로 꼽힌다.
아마게르 바케는 코펜하겐과 인근 지자체 4곳이 공동으로 투자해 만들었다.
아마게르 바케는 코펜하겐 및 인근 주민 60만 명과 사업장 7만여 곳에서 배출하는 폐기물을 소각하며 하루 소각량은 평균 40만 톤에 이른다.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고열로 고압증기를 만들어 전기를 만들거나 온수를 끓여 지방 난방수로 공급하는 열병합발전소이기도 하다.
오염물질 정화시설도 최첨단으로 구축해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항과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90% 이상씩 감축했다고 한다.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을 운영하는 아마게르자원센터(ARC)의 야곱 시몬센 대표는 2019년 10월 코펜힐 개관 기자회견에서 “(아마게르 바케는) 환경을 거의 해치지 않기 때문에 이웃 아파트 단지에서 200미터, 덴마크 여왕이 사는 궁전에서 2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는 곳에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마게르 바케는 코펜하겐과 인근 지자체 4곳이 공동 투자해 건설했다. 사업비로 6억7천만 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환율로 보면 9300억 원 수준이다.
▲ 덴마크 코펜하겐의 쓰레기소각장 겸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 외벽에 조성한 85미터 높이의 인공암벽. <코펜힐 홈페이지> |
서울시는 이번 마포 상암동 신규 소각장의 총사업비를 6653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시 자원회수시설추진반에 따르면 소각장 사업비는 국고보조금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톤당 3억9600만 원으로 정하고 있다. 여기에 신규 소각장은 지하화 설계를 계획하고 있어 비용이 40% 더 추가 책정됐다.
서울시는 앞서 2019년 신규 소각장 부지 공모에 나서면서 약 1천억 원의 인센티브 제공, 연간 100억 원 규모의 주민지원 기금 조성 등을 내걸었다. 하지만 3년 동안 지원하는 자치구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이에 서울시가 야심차고 멋진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만 소각장 추가 설치를 반대하는 마포구 주민들의 반응을 단순히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에는 현재 강남구, 양천구, 노원구, 마포구 등 4곳에 쓰레기소각장(자원회수시설)이 있다. 마포구에는 이미 750톤 규모 쓰레기소각장이 있음에도 서울시가 8월31일 1천 톤 규모의 신규 소각장 최적 입지 후보지로 마포구를 선정했다. 마포구 주민의 일방적 추가부담이 되는 셈이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