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례적 보도자료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내놓은 '2022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 및 향후 감독방향'의 보도자료를 본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 금융감독원이 최근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고물가 상황을 맞아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유도할 움직임을 보이자 손해보험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
금감원은 고물가 상황을 맞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료의 인하를 이끌어내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보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반면 손해보험사들은 그동안 누적된 자동차보험 손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보험료 인하는 힘들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8일 금감원 안팎에 따르면 금감원이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력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손해보험사를 향한 보험료 인하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은 그동안 자동차보험 사업실적 발표를 통해 향후 감독방향을 설명해 왔다.
보통 1년 단위로 자동차보험 사업실적을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4월에 자료를 발표하고 나서 이례적으로 5개월여 만에 다시 자료를 내놓았다.
보험업계는 이러한 금융감독원의 행보가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5일 공개한 감독방향에서 “보험료 인하 여력을 면밀히 점검하고 영업실적에 부합하는 보험료 조정을 유도하겠다”며 '인하'라는 표현을 담았다.
올해 4월 발표한 감독방향에서도 영업실적에 부합하는 보험료 조정을 유도하겠다는 표현을 썼지만 이번에는 '인하'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 가능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이 양호한 영업실적을 내고 있고 도로교통법 개정 등 자동차사고 감소를 위한 강도 높은 범정부적 대책으로 자동차 손해율 안정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보험료 인하여건이 충분히 마련됐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사 12곳의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은 6264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51.4% 증가했다.
특히 금감원은 8월 수도권 집중호우에도 손해보험사들의 손해액이 재보험 덕분에 예상보다 적게 나타나 손해율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보고 있다.
수도권 집중호우로 8월 말 기준 1416억 원 정도의 자동차 피해가 발생했지만 재보험 가입으로 실제 손해보험사가 부담할 금액은 400억 원에 불과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연간 기준으로 0.2%포인트 상승시키는 데 그칠 것이라고 금감원은 분석했다.
금감원이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유도하려는 것은 물가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과 연관이 있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료는 물가지수에 포함돼 있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면 물가지수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 성격이 강해 주기에 맞춰서 보험료 산출 제어가 되고 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그동안 자동차보험에서 쌓인 적자가 상당하기 때문에 보험료 인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자동차보험으로 낸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2조7480억 원에 이른다.
더욱이 계절적 특성에 따라 행락철인 가을과 눈이 오는 겨울에 자동차 사고가 늘어 손해보험사들은 손해율이 다시 높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겨울에 손해율이 여름보다 적어도 6~7%포인트 더 높았다”며 “지금 손해보험업계에서 보험료를 내리겠다고 말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료는 보험사들의 만성 적자를 이유로 2019년과 2020년 연이어 인상됐다가 2021년에는 동결됐다. 올해 초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차량 운행량이 줄며 사고가 감소하자 보험료가 인하됐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