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수감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
최태원 회장이 SK그룹에 대한 지배력의 끈을 단단히 쥐고 있다. SK그룹의 지주사 격인 SK가 자사주 매입을 통해 그룹에 대한 최 회장의 장악력을 높이는가 하면 ‘옥중서신’을 통해 계열사 CEO들에게 ‘경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배임혐의 등으로 형이 확정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모든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사퇴했다.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 CEO들에게 한마음으로 단결해 위기를 극복해 달라는 주문을 한 사실을 SK그룹이 6일 공개했다. SK그룹 계열사 CEO들은 지난 달 27~28일 한자리에 모여 비공개로 ‘CEO 워크숍’을 했다. 최 회장은 이 행사에 “경영환경이 어려운 중에도 열심히 뛰는 경영진과 구성원들에게 고맙다”는 내용의 옥중서신을 전달했다.
최 회장은 옥중서신에서 “SK그룹의 역사는 위기를 극복하면서 성장해 왔다”며 “모든 임직원이 힘을 모아 이번 위기도 극복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집단지도체제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최 회장은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단결해 어려움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 주요 계열사 CEO들이 모인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SK계열사 CEO들의 합숙토론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태원 회장의 부재 상황에서 SK그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숍에서 CEO들은 최 회장의 부재에 대해 한 목소리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고 한다.김창근 의장은 워크숍 마무리 발언에서 “생존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바꾸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며 “임직원들이 힘을 합해 위기를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옥중에 있지만 그룹 회장으로서 목소리를 내는데 비교적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이번 서신 전달 이전에도 주요 현안에 대해 ‘옥중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 5월 말 SK종합화학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화학기업 사빅 사이의 합작법인 설립식에 옥중서신을 보냈다. SK종합화학과 사빅의 합작사업은 2011년 최 회장이 중동을 방문해 알마디 사빅 부회장을 만나 전략적 제휴를 제안한지 3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최 회장은 서신에서 합작법인 설립식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과 미안한 마음을 담았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설립식에서 직접 편지를 낭독했다.
최 회장은 수감 1년 여 동안 경영서적을 탐독하고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정리한 내용은 책으로 출간할 정도의 분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정리한 글에 최 회장이 관심을 쏟았던 사회적 기업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최 회장이 이 책을 출간하게 되면 SK그룹은 이 책을 최 회장의 경영 메시지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SK그룹 내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는 SK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석달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했다. SK의 자사주 지분 비율은 18.8%가 됐다. 이 자사주와 SK C&C가 보유한 SK 지분 31.8%를 합치면 지배주주 지분은 50%가 넘는다.
최 회장은 SK 지분은 0.02%밖에 없지만 SKC&C 지분을 33.1% 소유하고 있다. SKC&C를 통해 SK그룹의 지주사 격인 SK를 지배하고 SK로 SKR그룹을 장악하는 형식이다.
일부에서 SKC&C와 SK의 합병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이런 상황에서 SK의 자사주 매입은 대주주 지분율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많다. 김서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 자사주 매입은 합병 이후 대주주 지분율이 감소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회장과 여동생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등 오너 일가의 SKC&C 지분은 48.5%에 이른다. 지분가치는 4조2559억 원 정도다.
SK 자사주와 SKC&C가 보유한 SK 지분의 시장가치 합은 4조206억 원을 넘어섰다. 이 두 지분을 맞교환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해도 최 회장은 SK 지분을 과반 넘게 획득해 지배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의 옥중서신과 관련해 “배임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재벌총수가 옥중경영을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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