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본격적 가을의 시작인 9월, 추석을 앞두고 KB스타리츠와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 시작된다.
KB스타리츠는 10월 초 코스피시장,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9월 말 코스닥시장에 각각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상장의 첫 단추인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해 풍성한 한가위를 맞을 수 있을까?
▲ 9월 추석을 앞두고 KB스타리츠와 오픈엣지테크놀로지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사진은 임현규 KB자산운용 본부장. |
2일 투자금융(IB) 업계에서는 KB스타리츠와 오픈엣지테크놀로지가 각각 부동산과 반도체 관련 사업을 하는 만큼 불안정한 거시경제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올해 국내 증시는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뿐만 아니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강도 긴축 우려 지속,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미중 갈등 격화,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조치, 유럽의 에너지대란 등 대내외 변수들이 생길 때마다 맥을 못 추고 휘청거렸다.
시장에서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에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연준은 6월과 7월에도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바 있다.
거시경제 요인들이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만큼 그에 영향을 크게 받는 기업들의 실적은 불확실할 수 있다.
KB스타리츠는 KB금융그룹이 내놓는 첫 영속형 상장 리츠(REITs)다.
리츠는 부동산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간접투자상품이다. 회사는 자본금으로 꾸준히 자산을 매입하고 매도하며 그 규모를 키운다.
개인투자자들이 소액의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일반 상장 주식과 비교해 배당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리츠 평균 배당수익률은 7.7%였다.
부동산 기반 상품인 만큼 일각에서는 퇴직연금 등과 엮어 노후준비 대안으로 리츠에 투자하기도 한다.
하지만 금리가 상승하면 자금조달의 이자비용이 커져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배당률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리츠들의 주가를 살펴봐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올해(2021년 12월30일 종가~2022년 9월1일 종가) KRX 리츠 상위 10종목 지수 시세는 10.71%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KRX 리츠 상위 10종목 지수의 시세가 14.15%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KRX 리츠 상위 10종목 지수는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리츠 종목(총 20개)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묶어 산출한 지수다.
이런 이유들로 요즘 투자자들이 쉽게 리츠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임현규 KB자산운용 본부장은 8월30일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뭔지 알고 있으며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본부장은 KB스타리츠의 장점으로 △스폰서형 리츠 △물가 인상에 맞춘 임대료 인상 △안정적 자산 보유 △회계 결산기 차별화 등 4가지를 꼽았다.
KB금융그룹 내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스폰서형 리츠다. 특별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계열사 지분매각이 이뤄지지 않아 주가 안정 효과가 있다.
물가가 상승하는 만큼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계약을 맺어 놓았기 때문에 금리인상으로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보유자산 관련 대출은 모두 고정금리라는 점도 짚었다.
KB스타리츠는 벨기에의 '노스갤럭시타워'와 영국의 '삼성유럽HQ'을 보유자산으로 확보하고 있는데 각각 벨기에 재무부와 삼성전자가 임차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이 부동산 임차인들의 신용도가 높고 재계약률도 높아 앞으로도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병윤 한국리츠협회장은 최근 SBS 뉴스에 출연해 "거시경제 차원에서 금리가 오르면 배당도 떨어지고 부동산 시장도 위축되는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리츠는 개별적 특성이 있어서 그 부분을 살펴봐야 된다"고 말했다.
KB스타리츠는 이번 상장을 통해 5천억 원을 공모하는데 지난달 프리IPO(상장전 기관투자자 자금유치)를 통해 모집금액의 70%를 조달해 놓은 상태로 나머지 30%만 공모를 통해 조달한다.
프리IPO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는 1년 동안 보호예수가 적용되기 때문에 상장 직후 유통가능한 물량은 30%다.
KB스타리츠는 9월 6~7일 수요예측을 거쳐 15~16일 일반투자자 대상 일반 공모청약을 실시한다. 공모가격은 5천 원이며 공모 주식 수는 3070만 주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5071억 원이다.
KB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았으며 KB스타리츠 상장 예정일은 10월 6일이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국내 유일의 반도체 설계자산(IP) 회사다.
시스템반도체 관련 기업들 가운데 팹리스는 특정 반도체의 설계를 구상하고 디자인하우스는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이 가교 역할을 한다. 반도체 IP기업은 이 과정에서 필요한 기초도면을 만들어 공급한다.
반도체 IP기업으로 널리 알려진 곳은 중앙처리장치(CPU) IP를 만드는 영국의 ARM을 들 수 있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ARM의 도면을 기초로 제품을 생산한다.
전방산업인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글로벌 거시경제 요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글로벌 경제전망, 국내외 소비 및 투자심리 등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이 좌우된다.
최근 반도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가 올해 하반기까지 '반도체 겨울'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당장 눈에 띄는 실적을 보여주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테슬라 요건 특례로 상장하는 기업이다.
2017년 1월부터 시행된 테슬라 요건은 상장 요건에 미달되더라도 성장잠재력이 있는 기업에게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의 지난해 매출은 연결기준으로 52억 원, 영업손실은 111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보다 매출은 372.73% 늘었으나 영업손실폭은 더욱 확대됐다.
다만 2023년부터 반도체 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있어 그에 따른 실적개선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현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대표는 8월29일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반도체칩 하나 개발할 때 1천억 원 이상 소요되는 만큼 실패했을 때 리스크가 크다"며 "그 리스크를 줄이고 개발기간과 비용을 단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블록형태로 제공되는 반도체 설계자산이다"고 말했다.
반도체 설계자산 분야는 진입장벽이 높고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공급자 우위 시장에 해당한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이미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 국내외 30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등과 파트너십도 맺고 있다. 반도체 시장이 활기를 찾기만 한다면 실적 개선에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7~8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15~16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실시한다. 총 363만6641주를 공모하며 희망 공모가격은 1만5천 원~1만8천 원, 희망 공모금액은 545억 원~655억 원이다.
삼성증권이 대표주관회사로 참여하며 상장예정일은 9월26일이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