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에 칼을 빼들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선해운업 부실과 관련해 대우조선해양 전현직 경영진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재계는 박근혜 정부가 집권 후반기 조기 레임덕을 막기 위해 사정카드를 꺼내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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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임기말 지도력공백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 근거로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대우조선해양 지원 관련 청와대 서별관회의 폭로 등을 들었다.
홍 전 산업은행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로까지 불렸던 인사다. 부실기업 지원에 대해 국민혈세를 퍼붓는다는 비판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 경제부처 실세를 직접 언급하며 책임론을 들고 나온 것이 조기 레임덕의 신호라고 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약 1년 반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4.13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끝나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효과 등에 맞물려 차기 대권주자들의 정치적 영향력 급상승하면서 이미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끊이지 않는다.
친박 실세로 통하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영남권 신공항 입지선정을 놓고 정부에 대립각을 세운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정치권은 해석한다.
검찰이 재계 5위 재벌기업인 롯데그룹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인 데 대해 ‘사정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고 보는 이유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경영비리 혐의와 관련해 남상태 고재호 전 사장 등에 대해 수사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두 사장은 이미 출국금지명령을 받은 상태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도 최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 자율협약 개시 직전 내부정부를 이용해 주식매매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T&G도 백복인 사장을 포함해 전현직 사장과 임직원들이 대거 비리혐의로 기소됐다. 중견 건설사인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등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있다.
기업비리 관련한 검찰수사는 범죄혐의가 있을 경우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마땅한 일이지만 재계에서 레임덕을 우려한 사정카드가 다시 등장한 것인지 노심초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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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남 검찰총장. |
정권 말기가 되면 수사당국의 사정 강도가 유독 거세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고재호 전 사장의 임기는 이명박 정부 임기 5년과 상당부분 겹친다. 롯데그룹도 이명박 정부시절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포함해 다수의 사업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수사의 범위와 파장이 이명박 정권의 핵심 인사에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정권에서도 레임덕을 우려해 정국 주도권과 기강잡기 차원에서 사정카드가 등장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수사가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게 검찰 내부의 필요성에서 비롯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수사를 진행하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직속 조직으로 올해 1월 중수부를 대신해 출범했다. 롯데그룹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가 담당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에 전직 검사장 홍만표 변호사 등이 연루되면서 수사 초반 ‘제식구 감싸기’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기업비리 수사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 실추된 위상을 회복하려 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