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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사옥 팔 때도 컬러강판 투자, 장세욱 뚝심으로 1위 다졌다

장은파 기자 jep@businesspost.co.kr 2022-08-17 15: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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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사옥 팔 때도 컬러강판 투자,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1200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장세욱</a> 뚝심으로 1위 다졌다
장세욱 동국제강 대표이사 부회장.
[비즈니스포스트] “럭스틸이 철강업계 최초의 브랜드로 시작해 컬러강판의 대명사가 됐다. 컬러 강판시장에서 확고한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서 앞으로 10년의 초격차를 이끌겠다." 

장세욱 동국제강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1년 럭스틸 10주년 행사에서 내놓은 포부다. 장 부회장이 10년여 전에 추진한 ‘컬러강판의 고급화’라는 한 수가 최근 동국제강의 호실적을 떠받치고 있다.

컬러강판은 사실 철강회사들에 있어 핵심사업은 아니였다. 오히려 현대제철은 수익성 문제로 컬러강판 사업을 철수하기도 한 분야다. 장 부회장은 어떻게 컬러강판 사업 투자에 힘주게 됐을까?

◆ 철강제품 대량생산 고정관념 버리고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철강산업은 19세기 후반 산업혁명 시대부터 어떻게 대량생산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왔다. 고로의 대형화를 위해 기술 발전이 있었으며 이 과제를 중심으로 혁신이 이뤄져왔다.

하지만 장 부회장은 컬러강판사업에서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고급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오히려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동국제강의 대표적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은 장 부회장이 2011년 동국제강 계열사인 유니온스틸 사장 시절에 직접 출시한 브랜드다.

그는 철강산업의 명제였던 소품종 대량생산을 뒤집어 럭스틸에 고객 맞춤형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와 B2D(기업과 디자이너 사이) 개념을 도입해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그가 처음 럭스틸을 출시했을 당시 국내 컬러강판은 파란색과 빨강색, 흰색 등 단색 제품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서야 고급 가전제품에 컬러강판을 적용해 고급감을 한 층 강화하는 용도로 쓰이지만 당시만 해도 공장·창고 등에 사용되는 패널 생산에 주로 공급됐다.

특히 포스코강판과 동부제철, 유니온스틸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시장상황은 더욱 좋지 않았다. 

장 부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고급화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단순 도금 제품보다 패턴과 색을 가미한 고급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10여년 동안 뚝심있게 투자를 이어갔다.

◆ 유동성 위기 겪는 상황에서도 '컬러강판' 투자 확대

장 부회장은 2013년 글로벌 철강경기 불황 속에서도 컬러강판 생산라인 확대를 위해 투자하면서 경쟁사와 ‘초격차’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2011년 럭스틸을 출시한 이후 2012년과 2013년, 2016년, 2021년까지 부산공장에 모두 5개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구축하면서 생산능력을 85만 톤까지 확대해왔다. 이는 세계에서 단일공장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준이다.
 
동국제강 사옥 팔 때도 컬러강판 투자,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1200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장세욱</a> 뚝심으로 1위 다졌다
▲ 동국제강 친환경 컬러강판 '럭스틸 BM유니글라스' 제품 사진. <동국제강>

동국제강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회사 존립과 관련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특히 2014년에는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까지 맺기도 했다.

동국제강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매해 순손실을 냈다. 이 기간 순손실 규모는 8704억 원에 이른다.

재무구조도 악화일로를 겪었다. 동국제강의 부채비율은 2014년 말 239.5%까지 치솟았고 2015년 1분기 동국제강의 총 차입금 규모는 2조7573억 원에 이르렀다.

이뿐 아니라 동국제강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15년 4월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삼성생명에 4200억 원에 매각했다.

페럼타워는 형인 장세주 회장이 기존 사옥을 철거하고 1400억 원을 투자해 준공한 건물로 회사의 역사가 담긴 공간이었다.

당시 장 부회장은 “사옥은 자금이 생겼을 때 얼마든지 다시 사면 되지만 회사가 무너지고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부회장은 사옥까지 파는 상황에 몰리면서도 컬러강판을 향한 투자는 뚝심있게 이어온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숙원사업인 고로 제철소사업을 끝내 접었다. 동국제강은 12일 브라질 CSP제철소 지분 전량(30%)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고로사업은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주부터 시작된 오너 일가의 숙원사업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무 건전성을 위해 1조 원 규모의 지급보증 부담이 컸던 CSP제철소에서 발빠르게 철수 결정을 내린 셈이다.

반면 장 부회장은 컬러강판의 해외 수출확대를 위한 해외 서비스센터 설립에는 힘주고 있다.

동국제강 실적보고서를 보면 동국제강은 올해 4월 베트남 현지 컬러강판 스틸서비스 센터 지분을 인수하고 멕시코에 제2코일센터 설립을 위해 투자했다.

구체적 투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장 부회장이 ‘선택’한 컬러강판 사업의 초격차를 위해 끊임없이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 컬러강판 효자사업으로 자리매김

장 부회장이 키운 컬러강판은 현재 동국제강의 수익성 확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3100억 원, 영업이익 2937억 원을 거뒀다. 2021년 2분기보다 매출은 27.2%, 영업이익은 41.9% 증가했다. 

이를 놓고 증권업계에서 ‘어닝서프라즈’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화물노조의 파업 영향으로 2분기 판매량(152만8천 톤)이 1년 전보다 7.4% 감소했음에도 고부가가치 컬러강판 제품을 많이 팔아 수익성을 유지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의 수익성이 쪼그라들었을 때 동국제강이 유일하게 영업이익 증가세를 이어간 데도 컬러강판이 한 몫을 했다. 2021년에는 컬러강판 전방산업의 수요 확대에 힘입어 최근 10년 가운데 최대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물론 올해 하반기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되면서 현재와 같은 영업이익 증가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동국제강이 ‘어닝서프라이즈’를 냈음에도 동국제강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것도 이런 점이 고려됐다.

하지만 장 부회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맞서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며 또 다시 위기를 돌파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2분기 말 기준 차입금 규모는 1조619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부채비율은 108%로 2021년 말 부채비율인 118.4%보다 10%포인트나 낮아졌다.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2014년 177%와 비교해도 약 70%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장은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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