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인천에서 열린 당 대표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이재명 의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
[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
이재명 의원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압도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정청래 의원이 1위를 달리는 등 당선권에 '친명(친
이재명)' 후보들이 대다수 포함되면서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의 주류세력이 ‘친문(친문재인)’에서 친명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내 주류였던 친문 세력이 10년 만에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이들의 정치적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된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이재명 의원을 향한 강력한 지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의원은 6일부터 시작된 지역 순회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73.28%를 기록하며 박용진(19.9%), 강훈식(6.83%) 의원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14일 발표된 1차 국민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의원이 79.69%의 지지를 얻어 박용진 (16.96%), 강훈식 (3.35%) 의원과 큰 격차를 보였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는 정청래 의원을 포함해 친명계 후보 4명이 당선권 안에 포함된 상태다. ‘친문’계는 고민정 의원 1명뿐이다.
홍영표,
전해철 의원 등 친문계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던 강병원 의원도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탈락했다.
당 안에서 좁아진 친문계의 위상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일반 당원이 아닌 중앙위원들의 투표비중이 높았던 예비경선에서조차 친문계 후보가 탈락했기 때문이다.
친문의 위세가 줄어든 이유로는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구심점이 될 만한 대선주자를 보유하지 못했다는 점이 꼽힌다.
친문계 의원들은 지난 대선에서
이낙연 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지지했으나 두 사람은 현재 정치권에서 멀어진 상태다.
당 안팎에서 친문계의 구심점으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주목하기도 했다. 김 전 지사가 잠재적 대권주자로서 친문 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당 대표에 출마한 강훈식 의원은 7월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전 지사가 사면복권되면 대선주자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되며 친문계의 아쉬움을 남겼다.
당 안팎에서는 친문계와
이재명 의원 사이에 갈등이 심했던 만큼 친문계가 당 지도부에서 퇴장하는 데 이어 2024년 총선에서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의원은 공천에 관한 친문계의 불안을 가라앉히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의원은 9일 부산·울산·경남 지역 민주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공천과정에서 반대 세력을 배척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제가 일방적으로 (공천을) 결정할 생각이 없으며 당연히 중지를 모아서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당대회 이후에 친문계와 이 의원의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친문계 의원들이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정지’를 규정한 당헌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해철 의원은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부정부패 당직자의 '기소 즉시 직무정지' 규정을 명시한 당헌 제80조는 2015년 문재인 당대표 시절 의결된 당 혁신안”이라며 “오히려 민주당의 신뢰회복을 위해 (해당 규정을) 더욱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민정 의원도 1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런 논의 자체를 민주당에서 하는 것이 굉장히 불필요하고 소모적"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경찰과 검찰이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이 의원과 관련된 사건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하면서 ‘사법리스크’ 문제가 제기되자 이 의원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해당 규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의원도 9일 CBS라디오 토론회에서 “검찰권 남용이 있을 수 있는 상태에서 기소만으로 당직을 정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당헌개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계파갈등이 심해져 친문계가 분당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비명'계 송갑석 의원은 8일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지도부가 (친
이재명계) 단일한 색으로 구성되면 갈등을 해소하기가 어려워지고 오히려 계파갈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면서도 "분당의 가능성은 1%도 없다"고 단언했다.
친명계의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도 5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반명(반
이재명) 그룹이 탈당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구심점이 없어 분당이 어려운 친문계가 2024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공천권을 가진 '당대표
이재명'과 정치적 결합을 도모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동형 시사평론가는 지난 6월 KBS라디오 최경영의 이슈오도독에서 "(전당대회 이후) 1년 정도는 당대표가 된
이재명 의원을 (친문계가) 견제하며 흔들 수 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 총선이 다가올수록 언제 그랬냐는 듯
이재명 의원 쪽으로 (많은 의원들이) 기울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 의원을 비롯한 친명계 측에서도 전당대회가 끝난 뒤 통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은 4일 인천 당대표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통합된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또 14일 대전 합동연설회에서는 "우리가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하고 공격하면 대체 누가 남겠느냐"면서 "다른 얘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그게 바로 민주당의 역동성과 가능성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정성호 의원도 “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분당이나 공천학살 등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당 내부를 확실히 통합시켜야한다”고 조언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20일 전북, 21일 전남·광주, 27일 경기·서울 지역 권리당원 투표를 마친 뒤 28일 전국 대의원 현장투표와 일반당원 및 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