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소액주주들이 달라졌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경영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소액주주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오너 중심 경영체제가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오너체제를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 소액주주들이 휴일마다
김승연 회장 집 앞에서 항의 집회를 했던 이유도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다.
그렇가면 오너체제가 어떻게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걸까?
이들은 한화가 사업 전망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음에도 주가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한화가 오너3세로 경영 승계 과정에서 승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은 수준으로 누른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또 회사 이익이 주주들에게 골고루 배분되기보다는 오너 일가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소액주주들은 한화그룹이 계열사별로 차별적인 배당을 시행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화 계열사 가운데 한화에너지란 비상장사가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배당으로 501억787만 원을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한화에너지 지분구조를 보면
김승연 회장 아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각각 50%, 25%, 25%씩 들고 있다. 한 마디로 3형제 가족회사인 셈인데 막대한 배당금을 3형제가 독식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소액주주들은 본다.
지난해 한화에너지 실적을 보면 영업손실이 234억 원이 넘는다. 오너3세의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배당이었다는 말이 나오는 게 무리는 아니다.
한화에너지가 영업손실에도 막대한 배당금을 지급한 것과 달리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등은 좋은 실적을 냈음에도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더구나 한화에너지의 사업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발전 부문에서 한화솔루션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계열사 일감을 받으며 돈을 버는 부분도 있는데 그 돈이 오너3세 손에 들어가는 것이다.
물적분할도 소액주주의 거센 반발을 일으키는 이슈다.
물적분할은 A회사가 사업부를 별도의 자회사로 분리할 때 신설되는 자회사 B회사 주식을 A회사가 보유하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인적분할은 같은 상황에서 A회사 주주들이 지분율에 따라 B회사 주식을 나눠 갖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물적분할을 하면 존속 법인은 지주회사가 되면서 주식시장에서 가치가 할인된다.
대표적 사례가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이다. LG화학에서 물적분할된 배터리사업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되자 LG화학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일이 있었다.
애초 배터리사업의 전망을 보고 LG화학 주식을 샀던 소액주주들로서는 다소 황당한 상황이 됐다.
최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NHN 소액주주들도 물적분할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도 한화 소액주주들과 마찬가지로 NHN 오너인
이준호 회장 집 앞에서 시위를 했다.
소액주주들은 NHN이 알짜 회사들을 거듭 물적분할해 지속해서 회사 주식가치가 떨어졌다고 분노하고 있다.
실제 NHN은 2017년 페이코를, 올해 NHN클라우드를 물적분할했다. 이어서 자회사들의 기업공개와 주식시장 상장 관련 계획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도 소액주주에게 부담을 안기는 일이다.
원래 유상증자는 회사가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자비용 없이 자본을 늘리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유상증자가 대개 주주배정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주주에게 자금 투입 부담이 생긴다는 소리다. 게다가 주식 수가 늘어나면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는 희석된다.
NHN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2015년 3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에게 부담을 안겼으면서 배당에는 인색하다는 점을 꼬집는다. 그리고 이 때 유상증자로 투입한 자금 상당 부분은 페이코의 사업을 키우는 데 쓰였는데 막상 페이코를 물적분할하며 주주 이익을 훼손했다고도 비판하고 있다.
물론 오너 역시 주주의 일원인 만큼 결국 소액주주와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오너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는 상당 부분 엇갈린다. 오너는 주가가 올라 자산가치가 높게 측정되면 상속세, 증여세 부담이 늘며 승계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단기적 주가 상승을 그다지 바라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소액주주들과 달리 오너는 급여를 통해 회사 이익을 들고갈 수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개인회사를 활용해 일감을 받아 이익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기업들의 낮은 배당성향이 오너경영의 부산물이란 지적도 나온다. 회사의 성과를 소액주주와 함께 배분하는 방식보다는 소액주주를 배제한 채 다른 명목으로 오너의 배를 불리는 쪽으로 이익배분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회사가 오너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풍조는 그만큼 오너의 지배력이 강력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상장기업 이사회가 오너를 중심으로 꾸려지고 이들이 경영을 담당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 이익이 소수의 오너 일가에 편중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일뿐더러 오너의 지분율이 소액주주 지분율보다 못한 경우도 많다.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며 다수 지분을 지닌 소액주주를 소외시키는 꼴이다.
이제 소액주주들도 점차 목소리를 키우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