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하는 전기차 배터리 지원 법안에 한국 배터리 3사의 수혜가 예상된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건주 배터리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 전기차 생산 확대를 장려하는 지원금과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관련 법안을 추진하면서 전기차 중심 전환을 뼈대로 하는 친환경 정책을 강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하는 차량이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현지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에 수혜가 예상된다.
2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조 맨친 상원의원은 전기차 보조금 및 친환경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한 법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자동차 생산 설비를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고 전기차 생산공장을 신설할 때 세제혜택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제화가 이뤄진다면 자동차기업들은 모두 200억 달러(약 26조 원)의 건설 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고 300억 달러(약 39조 원)에 이르는 세금 감면 등 혜택도 받게 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전기차 1대당 최대 1만2500달러(1620만 원)의 생산 보조금을 제공하고 업체별 지원 한도를 상향하는 정책도 이번 법안에 포함되어 있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 비중을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두고 전기차 지원 확대를 추진해 왔다.
맨친 상원의원은 여당인 민주당 소속이지만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는데 이번에 슈머 원내대표와 의견차를 좁히면서 법제화에 함께 힘을 싣기로 했다.
야당인 공화당 측의 반대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 입법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에 추진되는 친환경차 지원 법안에는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조건들이 포함되어 있다.
자동차기업들이 세제혜택 등 지원을 받으려면 북미 지역에서 대부분의 생산 공정이 진행되는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해야 한다는 조건이 대표적이다.
현재 북미에서 직접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운영하거나 건설 계획을 잡아두고 있는 배터리업체들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일본 파나소닉 정도에 그친다.
따라서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 정부와 의회의 전기차 지원 법안에 집중적으로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조감도. |
LG에너지솔루션은 GM 및 스텔란티스와 협력해 미국과 캐나다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체 배터리공장 증설을 진행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SK온은 포드와 합작공장을 설립해 이들 기업의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한국 배터리3사의 북미공장 생산 물량을 적극 사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요한 성장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중국 CATL의 배터리를 수입하는 테슬라와 포드 등 기업도 지원 법안에 맞춰 한국 협력사의 북미공장 배터리 물량 구입을 확대할 공산이 크다.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관련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 지원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공장이나 연구센터를 건설하는 기업에 지원금 및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반도체 지원법은 이미 미국 상원에서 통과돼 법제화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건설하며 수혜를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추진되는 전기차와 배터리 지원 법안도 의회 문턱을 넘는다면 한국 배터리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미국에 전기차 생산공장 건설 계획을 내놓은 현대차그룹도 중장기적으로 보조금 지원과 세제혜택 등을 기대할 수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