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 2022년 말에 출시하는 13세대 중앙처리장치(CPU)부터 차세대 D램인 DDR5 효율이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텔 CPU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2022년 말 인텔의 13세대 중앙처리장치(CPU) 출시를 계기로 차세대 D램인 DDR5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하반기부터 CPU 외에 모바일에서도 DDR5 사용이 시작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수익성 방어에 힘이 될 공산이 크다.
2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지연돼왔던 DDR4에서 DDR5로의 전환이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화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차세대 D램인 DDR5는 기존 DDR4보다 속도는 2배 이상 빠르고 전력 소모량은 10% 이상 적다. 다만 DDR5는 DDR4보다 가격이 훨씬 높아 출시된지 1년이 지났지만 점유율 확대 속도는 매우 더뎠다.
하지만 출시 초기 1GB당 2만 원 수준이었던 DDR5 가격이 70% 가까이 떨어져 현재는 1GB당 6700원 수준에 가격이 형성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이 대폭 줄어들었다.
게다가 올해 하반기 인텔이 출시하는 13세대 CPU ‘랩터레이크’는 DDR5 수요 확대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랩터레이크는 DDR4와 DDR5를 모두 지원하지만 DDR5를 사용했을 때 성능 향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성능측정 사이트인 긱벤치5에는 인텔의 13세대 CPU ‘i7-13700K’의 멀티코어 벤치마크 점수가 등록됐는데 DDR4를 사용했을 때는 1만6542점, DDR5가 적용됐을 때는 1만9811점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건에서 D램만 바꿔도 CPU 성능이 20%나 향상되는 것이다. 인텔의 12세대 CPU ‘엘더레이크’는 DDR4와 DDR5의 성능 차이가 거의 없었던 것과 대조된다.
해외 IT전문매체 디지털트렌드는 “인텔의 랩터레이크는 DDR5를 가치 있게 만들 것”이라며 “큰 폭의 성능 향상은 많은 소비자들이 DDR5 사용을 고려하도록 설득하는 데 충분하다”고 보도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CPU 뿐만 아니라 모바일에도 DDR5 적용이 본격화된다.
애플이 올해 9월에 출시하는 아이폰14 시리즈 가운데 프로 모델은 고성능 LPDDR5 규격의 D램을 처음으로 사용된다. LPDDR5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공급하는데 특히 도입 초기 삼성전자의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인증 일정이 늦게 시작됐고 품질 문제가 있어 4분기는 돼야 LPDDR5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3분기에는 삼성전자가 애플에 LPDDR5를 독점 공급하게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왼쪽)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
DDR5 전환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DDR5 가격이 출시 초기와 비교해 70% 가까이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DDR4와 비교하면 가격은 여전히 20% 정도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따라서 D램 판매에서 DDR5 비중이 높아질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는 “2022년 전체 D램시장에서 DDR5의 비중이 커지기 시작해 2026년까지 D램 시장의 약 95%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킹알파는 전체 D램 시장에서 DDR5 비중이 2022년 25%, 2023년 50%, 2024년 62%, 2025년 77%, 2026년 95%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DDR5로 전환에 따라 2021년 4.11달러(8GB 기준)였던 평균 D램 가격은 2022년 4.64달러, 2023년 4.88달러 2024년 5.12달러, 2025년 5.36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DDR5의 시장 내 비중 확대는 전체 D램 업황의 반등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D램 가격이 2022년 3분기 10%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DDR5의 수요 증가를 고려하지 않은 전망치로 DDR4보다 판매단가가 훨씬 높은 DDR5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 출하량이 감소한다고 해도 매출은 이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DDR5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려면 개인용 CPU나 모바일 시장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CPU나 모바일보다는 데이터센터용 D램 시장이 가장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서버용 D램이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예상보다 DDR5 수요가 늘지 않았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는 2021년 하반기 공개될 예정이던 인텔의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 일정이 미뤄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인텔은 9월27일 열리는 개발자 행사에서 랩터레이크와 함께 미뤄왔던 사파이어 래피즈도 선보인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DR5 채택 비중은 점점 높아져 2023년 2분기에는 출하 비중이 DDR4를 역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과거 DDR4가 DDR3 비중을 역전했던 속도를 넘어서는 것으로 DDR5의 서버 비중이 DDR4 대비 더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