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short-form)’을 아시나요?
이 질문에 10대와 20대는 대부분 피식 웃을 것이고, 상당수의 40대와 50대는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실제 조사 결과가 그렇다. 최근 오픈서베이의 조사에 따르면 10대와 20대는 숏폼 컨텐츠(이하 ‘숏폼’)에 대해 응답자의 80% 이상이 알고 있고, 75%가량이 시청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40대(35.5%)와 50대(42.4%)의 상당수는 처음 들어 본다고 했다.
디지털 마케터로서 내가 진단하자면, 고개를 젓는 사람들은 기술과 트렌드의 변화에 둔감한 사람이거나 저항하는 사람일 것이다. 물론 그럴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무관심’의 범주에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눈을 좀더 크게 뜨고 숏폼이 유혹하는 세상의 변화에 눈을 좀 더 크게 떠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40~50대의 분들은 기업 중추이시거나 자영업을 하실 것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반쪽자리 사업비전을 만들거나, 눈앞에서 다른 사람의 큰 성공을 구경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숏폼은 15초~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으로 만든 컨텐츠를 말하는데 요즘 표현대로 하자면 핫(hot) 하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작은 화면으로 시간을 쪼개서 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스마트폰만 있다면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1~2010년생)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들이 숏폼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기에 유행의 ‘메카’라고도 할 수 있다.
서두가 길었지만 오늘의 칼럼은 이러한 ‘문화적 디바이드(cultural divide)를 겪으시는 분들을 위한 글이다. 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 간의 정보격차(digital divide)가 큰 문제가 되었다. 특히 연령, 소득, 교육, 지역 등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여건에 따라 인터넷 활용도에 큰 차이가 발생했다. 이는 곧 경제적 사회적 기회의 상실로 이어졌다.
인터넷과 SNS시대를 넘어 숏폼의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있는 지금, 나는 ‘숏폼 격차’(short-form divide)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숏폼을 활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경제적 사회적 기회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틱톡을 아시나요?”
이쯤에서 다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틱톡(Tiktok)’은 가장 대표적인 숏폼 플랫폼이다. 유튜브 쇼츠(Shorts), 메타·인스타그램의 ‘릴스(Reels)’ 등 다양한 숏폼 플랫폼이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중국 바이트댄스가 출시한 틱톡이다. 2016년 9월 출시돼 5년 만에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중국 서비스의 이름은 ‘더우인’(抖音)이고, 틱톡은 더우인의 글로벌 버전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틱톡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문자수 1위의 사이트는 틱톡이다. 2020년 7위였던 틱톡은 1년 만에 구글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1위에 등극했다.
2018년 5500만 명에 불과했던 전세계 이용자수는 지난해 9월 10억 명을 돌파했고, 평균 이용 시간의 경우 미국과 영국에서 유튜브를 제쳤다.
이와 같은 틱톡의 성공은 정부까지 나선 미국의 견제 속에 이뤄낸 것이라 더욱 놀랍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시절인 2020년 틱톡이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 앱스토어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다시 말해 바이트댄스에게 틱톡을 매각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미국 법원이 제동을 걸어 유야무야됐다.
미국 내의 ‘틱톡 위협론’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달 29일 애플과 구글에게 중국 당국이 사용자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앱스토어에서 틱톡을 없애라고 요구했다. 아직까지 두 회사는 정부의 요청에 묵묵부답이다. 미국 정부의 틱톡 규제가 ‘안보’와 ‘개인정보보호’를 내세우지만 이면에는 틱톡과 경쟁관계인 미국 IT기업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도대체 틱톡이 뭐길래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 대답은 미국의 전통기업인 월마트에서 찾을 수 있다. 흥미롭게도 앞서 언급한 트럼프의 틱톡에 대한 행정명령에 즉각 반응한 기업이 월마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연합해 틱톡을 아예 인수하려고 달려들었다.
전통적인 유통기업인 월마트가 틱톡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비즈니스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이다. 오프라인 마켓에서 1위인 월마트이지만 온라인시장에선 아마존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월마트가 온라인시장에서 이를 한방에 만회할 회심의 카드가 바로 틱톡이었던 것이다.
MZ세대의 광범위한 이용자들을 월마트의 품안에 한번에 안을 수 있고 이들이 성장할수록 미래는 더욱 밝다. 더욱 중요한 것은 틱톡을 통한 새로운 마케팅과 커머스를 통해 큰 성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69년 설립된 ‘할아버지’ 월마트가 ‘손자’뻘인 틱톡에 대한 사랑은 2019년 9월에 틱톡계정을 열면서 시작됐다. 개설 5개월 만에 팔로워수 13만 명을 넘고, 현재는 120만 명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월마트는 MZ세대의 문법과 취향에 따라 이들이 좋아할 법한 콘텐츠를 만들었고, 이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직원들이 물건을 팔려는 것처럼 접근한 것이 아니라 재밌게 갖고 놀고 즐기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틱톡의 주언어가 ‘음악’과 ‘춤’인 것에 착안, ‘딜도롭댄스(Dealdrop Dance)를 만들어 히트를 쳤다. 하늘에서 마구마구 떨어지는 특가상품(deal)을 주워 담는 기쁨을 표현한 춤이다.
2020년 말에는 아예 매장 직원들을 인플루언서로 키우는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Sportlight Program)’을 도입했다. 직원들이 매장관련 콘텐츠를 틱톡에 올려 팔로워를 확보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매장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제품을 진열하고, 직원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제품을 소개하거나, 매장에서 카트 잘 끄는 법 등도 소개한다. 매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직원들이 자유롭게 올린다.
▲ 틱톡에 올라온 중국 MZ세대 숏폼 콘텐츠 캡처 이미지. |
틱톡의 원조인 중국의 더우인은 중국의 대표적인 콘텐츠·라이브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재미와 결합된 커머스로서 ‘흥미전자상거래(興趣電商)’라고 불린다. 중국의 더우인을 모면 글로벌 틱톡의 미래가 보이고, 나아가 이커머스가 나아갈 방향을 엿볼 수 있다.
더우인에 접속해 라이브기능을 켜면 틱톡커(인플루언서 또는 호스트)들이 화장품과 술 등 무수한 제품을 방송을 보고 있는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소개하고 있고, 이 제품은 즉석에서 구매로 이어진다.
베이커리 직원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이 나오고 있는 모습을 라이브로 주변의 팔로워들에게 보여준다. 이 상거래의 주역들은 유명 연예인 등 셀럽들이 아니다. 그냥 평범한 베이커리 직원인 경우가 많다. 호떡집 주인은 호떡을 만들고 파는 모습을 그대로 생중계하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나 팔로워들에게 추천된다. 관심사 기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제품이 소비자를 찾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시 디지털 전환을 생각한다. 우리는 디지털 전환을 삼성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나 시도하는 것이고, 이는 주로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인프라의 전환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인프라의 전환은 비즈니스를 디지털화해 생산성을 높이기 하기 위한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를 어떻게 디지털화 할 수 있을까’이고, 나는 틱톡 등 숏폼 플랫폼에서 해답이 열리고 있다고 본다. 이 세계에서는 대기업 뿐만이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 종사자들이 주역이다. 월마트의 직원들이나 유명 인플루언서, 식당 종업원에서 베이커리 직원, 카페 사장 모두가 주인공이다. 말 그대로 진입장벽은 낮고 기회는 많다.
최근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틱톡의 매출이 전년보다 3배 늘어난 120억 달러(약 15조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것은 틱톡이 ‘커머스’를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틱톡은 전자상거래 거래액을 올해 20억 달러(약 2조6천억 원)에서 내년에 230억 달러(약 29조9천300억 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틱톡이 글로벌 시장에서 만큼 위세를 떨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준 한국인의 유튜브 월평균 이용시간은 40시간 이상으로 틱톡의 2배가 넘는다. 최근 틱톡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필자가 틱톡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도 “그거 초등학생들 놀이터 아니에요”라는 소리였다. 그만큼 틱톡과 숏폼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 한국내의 반중정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나는 이런 상황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미 유튜브 중심의 성숙시장 보다는 아직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틱톡 등 숏폼이 무궁한 잠재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틱톡은 미국 영국 등에 이어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4개국에 전자상거래 플랫폼 ‘틱톡숍’(TikTok Shop)서비스를 시작했다. 틱폭 플랫폼에서 온라인 상점을 열어 사용자들이 앱사용 중에 바로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위에서 언급한 라이브 커머스 등이 완전히 실현되는 환경이다. 한국에도 곧 이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 틱톡이 지난 10여 년간 시장을 지배했던 대세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넘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틱톡의 무서운 성장세는 롱폼(Long-form)의 시대에서 숏폼의 시대로 넘어가는 트랜드의 변화를 실감케한다. 또한 틱톡 뿐 아리나 쇼츠와 릴스 등 경쟁 플랫폼들도 가파르게 성장하며 숏폼 혁명을 앞당기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은 숏폼이 롱폼의 보완재에서 대체재로 전환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짧은 컨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는 이른바 ‘스낵컬처(snack-culture)’가 지금의 MZ세대의 문화적 소비행태이고, 이들은 곧 시장의 주력계층으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려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빨리 준비를 해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이미 국내에서도 대기업과 연예기획사 들을 중심으로 숏폼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나는 이 글을 읽는 기업인들과 자영업자들이 숏폼에 의도적으로 관심을 갖고 친숙해지길 권한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서 막 열리고 있는 숏폼의 시대를 미리 준비해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기회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어떤 전략보다 어렵지만 훨씬 뛰어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샤오미의 최고경영자 레이쥔의 말처럼 말이다. 이태희 CUE Korea 대표
대학졸업 후 30년간 언론(한국일보)과 공무원(방송통신위원회), 국제기구(TEIN), 글로벌 기업(마이크로소프트) 등 공공과 민간의 영역을 넘나들며 사회의 ‘새롭고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해왔다. 2020년부터 글로벌 마케팅·테크놀로지 기업인 CUE Group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변화의 지향-사상의 자유시장과 인터넷의 미래'(나남, 2010)이 있으며, 몇 권의 공저와 학술논문들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