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 모두가 열망하던 코란도, 무쏘의 부활!"
쌍용차는 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신차 '토레스'를 내놓으며 이렇게 강조했다.
쌍용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날렵한 유선형의 도심형SUV를 출시하는 경향과 차별화하고자 토레스에 브랜드 고유의 유산(헤리티지)을 담아 강인한 정통SUV 스타일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쌍용차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준비한 차, 그 첫 번째 순서가 바로 토레스"라며 "모든 면에서 동급 모델을 능가하는 혁신적 모델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쌍용차의 '전통 속 새로운 시도'로 탄생한 토레스는 사전계약 첫날 1만2천 대가 계약되며 회사 브랜드 가운데 기존 역대 최고 기록을 4배가량 넘어섰다.
토레스가 실제 판매에서도 인기를 이어가며 쌍용차 경영 정상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토레스를 직접 타봤다.
◆ 선굵은 정통SUV의 강인한 매력에 고객 위한 반전의 세심함
5일 인천 영종도 네스트 호텔에서 토레스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차량으로는 상위트림인 토레스 T7에 대부분 옵션이 들어간 3585만 원짜리 차량이 제공됐다.
시승차량에 적용된 옵션은 4륜구동(200만 원), 무릎에어백(20만 원), 안전사양인 딥컨트롤패키지(100만 원), 사이드스텝(45만 원), 사이드스토리지박스(30만 원), 20인치 휠과 천연 가죽시트 등으로 구성된 하이디럭스 패키지(170만 원) 등이었다.
시승차량에 다가서자 사전계약 열풍의 불씨를 지폈던 토레스의 새로운 디자인이 한눈에 들어왔다.
앞에서 바라보면 짧은 세로격자 모형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그 아래 자리잡은 일체형 범퍼, 양 끝에 북두칠성 모양의 주간주행등(DRL)에 둘러싸인 LED 헤드램프가 함께 어우러져 현대적이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풍겼다.
양 쪽 헤드라이트 위로는 볼륨감 있는 후드 캐릭터라인이 마치 눈두덩이처럼 후드 위로 이어지는데 전체적으로 맷집 좋은 헤비급 복서의 얼굴을 보는듯 했다.
옆 모습을 보면 C필러(차체와 지붕을 연결하는 뒷기둥)와 차 루프(지붕)가 맞닿는 부분이 살짝 솟아있는데 이는 정통SUV다운 강인한 느낌과 넉넉한 2열 공간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싸용차는 설명했다. C필러에는 툭 튀어나온 스토리지(저장)박스가 붙어있는데 요즘 차에서 보기 힘든 열쇠구멍이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뒷면에 큼지막하게 자리한 스페어 타이어 모양의 가니시(장식)는 토레스가 코란도와 무쏘의 계승자란 사실을 세상에 외치는 듯 했다.
차 문을 열자 쌍용차가 토레스 실내에 적용했다는 '슬림&와이드 콘셉트'가 무엇인지 눈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좌우 양 쪽 A필러(자체와 지붕을 연결하는 앞쪽 기둥)를 가로지르며 수평으로 가느다랗게 펼쳐진 대시보드는 탁 트인 운전석 시야를 제공했다.
슬림한 대시보드 라인 아래로 대시보드다 더 가느다란 3분할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와 12.3인치 인포콘 내비게이션, 엠비언트(실내 무드) 조명이 이어진다.
내비게이션 아래에는 차량 실내 모든 스위치를 통합한 8인치 터치식 컨트롤패널이 자리잡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밖에서 본 투박한 모습과는 다른 첨단의 세련된 감성을 자아냈다.
토레스의 인테리어에서는 거친 외모 속에 감춰둔 섬세한 배려도 느껴졌다.
첨단 내비게이션과 터치식 제어장치 바로 앞에서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우뚝 솟아있는 기어노브는 주차나 험로를 주행하는 데 있어 직관성을 중요하게 고려한 선택이라고 쌍용차는 설명했다.
운전석 쪽으로 살짝 틀어진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조작보드)와 비상등 외 모든 버튼을 없앤 통합 제어장치 등에는 고객 편의성을 섬세하게 고민한 흔적이 묻어있었다.
실내공간은 중형SUV를 표방하기에 충분할 만큼 넓었다. 2열 시트는 완전히 접을 수 있어 캠핑이나 차박을 즐기기에도 공간이 넉넉해 보였다.
토레스의 제원은 전장 4700mm, 전폭 1890mm, 전고 1720mm, 축거(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 2680mm다.
전폭은 기아 쏘렌토보다 10mm 좁지만 기아 스포티지보다는 25mm 넓다. 전고는 쏘렌토보다도 20mm가 높다.
◆ 부족하지 않은 엔진 힘과 우수한 정숙성, 넘볼 수 없는 가격경쟁력
시승은 인천 영종도 네스트호텔을 출발해 인천 연수구 한 카페를 들렀다 돌아오는 왕복 약 86km구간에서 진행됐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경쾌한 엔진음과 함께 부드럽게 움직였다. 가속 성능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힘이 부족한 수준도 아니었다.
시승차량의 공차중량 1935kg으로 쏘렌토보다 무겁다. 그럼에도 무난한 가속 성능을 보여줬다.
다만 페달 조작에 있어 엑셀은 반응이 다소 둔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브레이크는 예민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었다.
토레스는 1.5L(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과 3세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170마력(PS), 최대토크 28.6㎏·m의 성능을 낸다.
쌍용차는 최근 엔진을 다운사이즈하는 추세 속에서 회사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1.5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의 쌍용차 동급 엔진보다 가속성능을 출발할 때 10%, 실운행구간(60~120km)에서 5% 향상 시켰다고 전했다.
시승차량은 다소 단단한 승차감을 보였다. 정통SUV를 계승한 모델 답게 방지턱을 손쉽게 넘었으나 노면의 상태에 따라 진동이 몸으로 잘 전달되는 편이었다.
커브가 반복되는 구간에서는 높은 차고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탄탄한 주행능력을 선보였다.
정숙성은 훌륭했다. 노면이 불규칙한 구간에서도 노면과 타이어 소음을 잘 막아줬다. 속도를 충분히 높인 때도 풍절음을 대부분 차단해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IACC) 기능도 잘 작동했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앞차와의 간격과 차선을 스스로 유지해주며 운전의 피로를 덜어줬다.
토레스는 노말, 스포츠, 윈터 등 세가지 주행모드를 제공하는데 가속 성능을 강화하는 스포츠모드를 발동해도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점은 아쉬웠다.
무엇보다 토레스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레스는 중형SUV의 제원을 갖추고 준중형SUV 가격대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탑재하지 않은 것도 정말 필요한 요소들로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 결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 모델인 기아 스포티지, 쏘렌토와 현대차 투싼, 싼타페가 3~5개 트림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해 단 2개의 모델로 트림을 최소화하고 편의사양을 기본제공해 소비자 체감 가격을 더 낮췄다.
쌍용차는 토레스 기본모델에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8인치 통합 콘트롤패널 등 편의사양과 △긴급제동 보조(AEB) △차선 유지 보조(LKA) △앞차 출발 알림 경고(FVSW) △전방 추돌 경고(FCW) △부주의 운전 경보(DAW) △안전거리 경보(SDW) △차선이탈 경고(LDW) △후방주차 보조 경고 등 안전사양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토레스의 판매가격은 트림에 따라 T5는 2740만 원, T7는 3020만 원이다.(개별소비세 인하 기준)
90분가량 이어진 약 86km의 시승 코스에서 토레스의 연비는 리터당 8.7km에 그쳤다. 더위로 회차지점 휴식시간에도 냉방을 가동한 점을 고려하면 납득되는 수치로 보인다. 시승차량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0.2km로 동급 SUV 11km 대에는 약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