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연봉은 달라는 대로 주고 업무는 믿고 맡기는 스타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인재중심' 리더십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조 회장의 이와 같은 인재관은 메리츠금융지주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뤄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꼽힌다.
다만 최근 메리츠자산운용의 존 리 전 대표가 차명투자 논란에 휩싸이며 불명예 퇴진했는데 이는 '메리츠 신화'를 써내려간 조 회장의 인재중심 경영에 옥의 티가 될 수도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올해 역대 최대실적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연결기준 영업이익 6847억 원, 순이익 52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은 55%, 순이익은 87.6% 증가했다.
지난해 1년동안 영업이익 1조8천억 원, 순이익 1조3800억 원을 벌어들였는데 올해는 1분기 만에 연간 영업이익의 38.04%, 순이익의 37.96%를 벌어들였다.
주요 자회사인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의 양호한 실적이 지속된 덕분에 메리츠금융지주 역시 호실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는 올해 역대 최대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국내 증시도 둔화하며 증권사를 비롯한 많은 금융사들이 올해 실적을 어둡게 바라보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올해 영업이익 1조48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3% 증가하는 것이다.
메리츠화재의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2.16% 증가한 1조180억 원으로 전망됐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총자산과 순이익 가운데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이른다. 유안타증권은 핵심 자회사의 호실적에 힘입어 메리츠금융지주 역시 최대실적을 기둘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메리츠금융지주로서는 주요 계열사인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가 나란히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전 대표와 관련한 차명투자 논란이 부각되며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존 리 전 대표가 단순히 대표이사에 그치지 않고 '존봉준'(존 리+전봉준), '동학개미 선봉장' 등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메리츠자산운용을 상징하는 스타 금융인의 역할도 했던 만큼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사태가 회사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존 리 전 대표에서 비롯된 '인재 리스크'라는 점에서 그동안 누구보다도 '인재중심 경영'을 강조한 조 회장에게는 더욱 불명예스러운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자산규모는 2012년 말 11조 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 말 82조 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70억 원에서 1조8천억 원으로 늘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이처럼 약 10년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 회장의 인재중심 리더십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은 지주사를 총괄하고 있지만 각 계열사의 전문경영인들이 소신경영을 할 수 있도록 전권을 내주는 경영스타일을 이어왔다. 사람이 전부라는 경영철학을 근간으로 인재들을 채용했고 이를 바탕으로 메리츠금융그룹을 성장시켰다.
조 회장이 구축한 인재중심의 전문경영인체제와 철저한 성과 보상주의의 기업문화가 메리츠금융그룹의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룹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대표이사를 조 회장이 직접 영입한 일화는 '인재중심' 경영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조 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2009년 영입에 성공한 인물이다. 2010년부터 12년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조 회장은 거듭 거절의사를 밝히는 최 부회장에게 “단기 실적을 묻지 않을 것이며 기업문화 등 전권을 주겠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및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2011년 당시 메리츠종금증권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조 회장이 직접 영입했다. 2012년 메리츠증권 공동대표이사를 거쳐 2015년 메리츠화재 대표이사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조 회장과 관련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와 몸값 흥정을 하지 않고 연봉은 달라는 대로 주고 업무는 믿고 맡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