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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에 이름 다는 데 '억 소리', 그래도 금융사가 입찰 뛰어드는 이유

조윤호 기자 uknow@businesspost.co.kr 2022-07-05 14: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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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금융사들이 서울시 지하철 부역명을 확보하기 위한 입찰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중심지역에서 지하철의 본역명과 함께 불리는 부역명을 차지하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데다 그 지역의 특화 이미지를 자사 이미지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지하철역에 이름 다는 데 '억 소리', 그래도 금융사가 입찰 뛰어드는 이유
▲ 서울 명동에 있는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지하철역의 부역명을 낙찰 받아 금융회사의 브랜드 마케팅을 노리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한카드는 앞서 1월 을지로3가역의 부역명 입찰에 8억7400만 원을 적어내 낙찰받았다. 올해 지하철 부역명 입찰액 가운데 최고액이다. 

하나은행은 을지로입구역 부역명을 위해 8억 원을, 에큐온저축은행이 선릉역에 7억5100만 원을, 우리은행도 4호선 명동역에 6억5천만 원을 투자했다. 

앞서 BC카드는 지난해 9월 을지로4가역 부역명에 7억 원을 냈다. 2020년에는 KB금융이 9호선 여의도 샛강역의 부역명을 낙찰 받았다.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지하철 부역명을 낙찰 받으면 향후 3년 동안 본역명 뒤에 붙여서 쓰이고 안내된다. 1회에 한해 3년을 연장할 수도 있어 모두 6년까지 병기할 수 있다. 

앞서 2020년 SC제일은행은 종각역의 부역명을 확보한 뒤 브랜드 인지도가 3%가량 상승하는 등 마케팅 효과가 컸다고 발표했다.

금융업계에서는 금융회사들이 지하철 부역명 확보를 통해 마케팅 효과와 함께 지역적 특성과 함께하는 효과도 얻을 것으로 바라본다. TV 등 매체에 진행하는 일반 광고와 달리 그 지하철역이 있는 지역의 대표기업이라는 신뢰감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KB금융은 샛강역 부역명을 확보하며 여의도의 금융 중심지 이미지를 KB금융에 더할 수 있게 됐다.

KB금융은 2015년 명동에 있던 본점을 여의도로 이전한 데 이어 KB생명보험, KB증권 등의 본점도 여의도로 옮겼다. 

2020년에는 샛강역 인근에 신사옥을 완공하며 KB금융지주가 이전했다.

KB금융그룹은 지역 이전과 역명 확보 등을 통해 사람들이 여의도하면 KB금융을 떠올리며 지역의 대표기업으로 인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는 금융정책도 여의도와 관련된 것이 많아 KB금융의 입지 강화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30년까지 서울을 글로벌 5대 금융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안에 서울핀테크랩을 구축했고 현재 10여 개 국가에서 온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 100곳이 입주했다. 

서울시는 향후 5년 동안 2500억 원을 투자해 자산관리, 금융투자, 크라우드펀딩, 블록체인 분야 스타트업을 더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KB금융그룹은 같은 여의도 지역에 있으면서 빠르게 교류할 수 있다는 장점을 충분히 살리면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과 협업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나은행은 금융회사가 밀집한 을지로입구역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2016년부터 을지로입구역의 부역명을 차지해 온 IBK기업은행과 입찰 경쟁을 통해 부역명을 확보했다.

하나은행은 하나은행 본점, 하나카드, 하나생명,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펀드서비스, 하나에프앤아이 등 관계사들이 을지로입구역 주변에 있다. 

IBK기업은행 본점, 우리미소금융재단, 대신캐피탈, 한국외환은행직장신용협동조합 등도 을지로입구역 근처에 있다. 

을지로입구역은 지하철에서 승하차하는 인원이 해마다 22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은 대표적 지하철역이다. 

을지로는 최근 MZ세대(1981년부터 2010년 사이에 출생) 사이에서 ‘힙지로’라 불리며 관심이 커지고 있어 젊은 층을 향한 마케팅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나은행은 앞서 4월에도 인천국제공항철도선의 청라국제도시역에도 부역명을 확보하는 등 지하철역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명동역의 부역명을 차지했다. 지역 상권이 되살아나면 마케팅효과와 함께 상징성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1962년부터 명동 지역에 금융센터를 뒀다. 현재는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우리종합금융,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 임직원 약 3천 명이 명동 지역에서 일하고 있다. 

명동은 한때 금융 중심지역으로 불리며 은행업계에선 "명동에서 지점장을 하면 임원으로 승진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코로나19로 명동 지역 상권이 위축되기는 했지만 과거 명동이 가졌던 금융과 패션, 관광의 중심지라는 상징성은 남아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며 엔데믹에 접어들어 요식업을 중심으로 상권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명동역이 우리금융타운이라는 부역명으로 불리게 된 만큼 코로나19로 침체된 명동역 상권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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