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 경제학의 거목으로 불리는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별세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조 전 부총리는 23일 새벽 3시38분 향년 95세로 별세했다. 유족들은 조 전 부총리가 최근 서울 아산병원에서 노환으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국회의원, 서울시장 등을 거친 조 전 부총리는 최근까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었다.
조 전 부총리는 1928년 강원도 강릉 학산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일제강점기 때 어린시절을 보냈는데 비교적 무난한 학창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평양 제2고등보통학교를 다닌 뒤 서울로 돌아와 경기중, 경성 경제전문학교를 거쳐 서울대 상과를 졸업했다. 이후 유학길에 올라 미국 보든대 경제학 학사,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9년부터 서울대 상과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1975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학장에 올랐다.
조 전 부총리는 1978년 한국국제경제학회 초대 회장에 오르기도 했다.
1988년 노태우 정부 때 제17대 경제기획원 장관 겸 경제부총리로 발탁됐다. 이후 1992년부터 이듬해까지 한국은행 총재로 일했으며 1995년 제30대 서울시장에 올랐다.
민주당 총재, 한나라당 총재를 거쳐 1998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조 전 부총리는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명지대 사회과학대학 경제학과 석좌교수에 이름을 올렸으며 2004년에는 SK사외이사로 등재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한러문화경제협회 대회장을 맡기도 했다.
조 전 부총리는 경제당국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지력과 덕성을 꼽았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경제를 맡게 되는 지위에 올라간다면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머릿속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며 "역사 공부뿐만 아니라 세계 대세에 관한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덕성이란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이나 일을 해내는 능력 혹은 인내심, 추진력을 말하는데 경제를 이끄는 사람에게 필수다"며 "공부도 많이 해야 하지만 그만큼 자기 수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전 부총리는 경제학원론(미시경제학·거시경제학), 한국 경제 발전사, 이 시대의 희망과 현실 시리즈 등을 출간했다.
조 전 부총리의 장남은 조기송 전 강원랜드 대표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이며 발인은 25일 오전이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