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기관을 향해 ‘호화청사’를 팔라며 개혁의 칼을 뽑았다.
하지만 호화청사인지 여부를 가를 잣대도 불분명할 뿐 아니라 대부분 지방으로 내려간 공공기관의 본사가 실제 제 값을 받고 팔릴 수 있을지, 청사를 매각한다면 해당 공공기관은 어디로 옮겨야 하는지 등 현실성에 의문이 든다.
22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인 21일 국무회의에서도 “공공기관은 과하게 넓은 사무공간을 축소하고 너무나 호화로운 청사도 과감히 매각해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혁신의 고삐를 바짝 틀어쥔 모양새다.
하지만 ‘호화 청사’를 매각하라는 부분을 놓고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공기업 관계자들은 본사 건물 매각을 두고 대체로 “현실적으로 매수할 주체가 있을지 의문이다”라는 반응을 먼저 보였다.
에너지 공기업은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금융 공기업은 부산 국제금융혁신도시 등 현재 다수 공기업들의 본사는 지방에 있다.
공기업 본사들이 새로 둥지를 튼 곳은 보통 인구 밀도가 낮은 소도시인 경우가 많다. 공기업 본사 사옥에 들어올 만큼 규모가 있는 현지 기업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당연히 팔아도 제값을 받을 가능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법과 규정에 따른 근거나 주무부처의 지시가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없는 공공기관의 특성을 고려하면 시세, 면적 등을 고려해 매각해야 할 ‘호화 청사’의 기준부터 먼저 마련돼야 한다.
특히 현재 공공기관 청사 대부분은 지방 이전 당시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지어졌다. 호화 청사라는 대통령의 말이 서운할 수 있는 이유다.
대다수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던 2010년 이후에는 새로 지어지는 공공기관 청사를 놓고 ‘호화 청사’라며 언론의 비판 여론 등에 따라 1인당 사무공간 면적을 7~17㎡로 정한 정부의 ‘청사관리규정’이 적용됐다.
2014년 준공된 한국전력공사 나주 신사옥의 사례를 보면 처음에 41층으로 계획했다가 ‘호화 청사’ 논란을 의식해 31층으로 축소했다. 하지만 이후 인력 증가 등으로 규정보다 좁은 면적에서 직원들이 불편을 겪다 결국 이전 4년 만인 2018년에 별관이 신축이 추진되기도 했다.
실제 매각이 이뤄진다면 해당 공공기관이 어디로 옮겨가야 할지도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이전 비용과 이전 이후 임대료 혹은 청사 신축 비용 등은 현상태를 유지하는 것 이상으로 들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공공기관 혁신을 주장하며 “경제가 어려울 때 전통적으로 늘 공공 부문이 먼저 솔선해서 허리띠를 졸라맸다”고 했는데 오히려 혈세를 낭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공공기관의 이전이라는게 쉽지 않다는 것은 대통령 집무실을 옮겨본 윤 대통령이 '해봐서 아는' 일이기도 하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공공부문부터 허리띠를 졸라 매자는 윤 대통령의 말에는 대다수 국민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멀쩡한 자기 집을 팔고 월세집으로 혹은 건물을 새로 지어 이사를 나가는게 능사는 아닐 수 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