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대로 버거킹, 맥도날드, KFC, 맘스터치 로고.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햄버거 시장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형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시장에 나온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누구를 새 주인으로 맞이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치열해지고 있는 시장경쟁과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이 매각 과정에서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21일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현재 인수합병(M&A)시장에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버거킹(비케이알), 맥도날드(한국맥도날드), KFC(KFC코리아)가 매물로 나와 있다. 여기에 매장 수 기준 1위 사업자인 맘스터치(맘스터치앤컴퍼니)도 올해 하반기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롯데리아를 제외하고 매출 순위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동시에 매물로 나온 만큼 시장에서는 ‘제 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들의 프랜차이즈 정리 의지는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사모펀드들의 여러가지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
우선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지난해 실적 개선 흐름과 시장의 성장성을 들 수 있다.
'제 값'을 받긴 어려울 수 있지만 몸 값 자체가 예전보다 확실히 높아졌기 때문에 매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들 프랜차이즈의 매각 가격으로 버거킹(2016년, 2100억 원에 인수) 1조 원, KFC(2017년, 500억 원에 인수) 1천억 원이 거론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및 비대면 수요가 늘고 간편한 음식의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지난해 국내 햄버거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규모는 2020년 2조9636억 원에서 2021년 4조 원 안팎(추정)으로 커졌다. 2015년 시장규모가 2조3038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성장폭이 두드러진다.
시장의 성장에 따라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실적도 덩달아 늘어났다. 버거킹, KFC, 맘스터치 등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지난해 일제히 매출이 늘어나고 영업이익도 증가했다.
매각 차익보다 더 큰 목적을 위한 발판으로 매각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KFC코리아는 KG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KG그룹은 올해 5월 쌍용차 조건부 인수예정자로 선정됐는데 입찰가격으로 3500억 원을 써냈다. 여기에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추가 운영자금을 고려하면 KFC코리아 매각이 자금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맥도날드 본사가 200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지역사업권자(DL) 전략’의 일환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사업권자 전략은 현지사업자에게 사업권과 자산 등을 넘기고 본사는 로열티를 챙기는 사업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다만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기까지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고든램지버거’ ‘굿스터프이스터리’ 등 프리미엄 햄버거 브랜드가 올해 한국에 상륙한 데다 소규모 수제 햄버거 가게 등도 급격히 늘어나는 등 국내 햄버거 시장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또한 밀가루, 팜유 등의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은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결국 프랜차이즈사업의 핵심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건강을 향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어나는 점도 햄버거 프랜차이즈업계의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의 2020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패스트푸드점 음식은 자주 먹으면 안 좋다’에 ‘그렇다’고 응답한 소비자의 비율이 75.6%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까다로운 매각 조건이나 개별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버거킹은 향후 성장 가능성에 비해 1조 원이라는 매각 가격은 너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버거킹의 매장 수가 2018년 340개에서 2022년 440개로 늘어난 상황인데 이후에도 매장 확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의문의 시선이 뒤따른다.
KFC는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6600%를 기록하는 등 부실한 재무구조와 사업 수익성을 향한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맥도날드는 매각 목적이 로열티 확보에 있는 만큼 사모펀드가 아닌 장기간 사업을 운영할 인수자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맥도날드는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국맥도날드는 2021년 매출 8679억 원, 영업손실 278억 원을 냈다. 한국 진출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2016년 매각을 추진했다가 결렬되기도 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