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철강제품 참고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최대 철강업체인 차이나스틸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철강 수요 감소와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해 철강제품 가격을 일괄적으로 낮춰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차이나스틸의 뒤를 따라 중화권 철강업체들이 대체로 감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들과 경쟁하는 한국 철강업체들이 실적 반등을 노릴 기회가 열리고 있다.
타이페이타임스는 21일 “차이나스틸이 7월 고객사에 공급하는 철강제품 가격을 2.23% 낮춰 공급하고 3분기 안에는 가격을 더 올리지 않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이나스틸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매달 또는 분기마다 철강제품 공급 가격을 낮춰 왔다.
중국시장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철강 수요가 반등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됐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경기 둔화로 영업환경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코로나19 사태 대응조치 완화와 공장 재가동에 따라 철강 수요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차이나스틸의 가격 인하 결정은 고려하면 아직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차이나스틸은 타이페이타임스를 통해 “3~4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해 철강 가격이 상승했지만 이런 효과가 사그라들면서 신규 주문 물량도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주요 철강업체들은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철강제품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7월부터는 일시적으로 가격 변동을 멈추고 시장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세계 철강업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화권 업체들의 잇따른 가격 인하는 철강업황 악화를 의미하는 만큼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한국 주요 철강기업에도 평균 가격 하락을 이끌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장기간 철강 감산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업황 악화는 오히려 한국 철강업계에 ‘전화위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화권 철강업체들은 업황이 뚜렷하게 회복되는 대로 철강 생산량을 다시 크게 늘리면서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철강업계에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철강업황 반등 시점이 지연되는 상황이 길어질수록 한국 철강기업들은 중화권 경쟁사들의 감산에 따른 반사이익을 봐 가격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타이페이타임스는 “차이나스틸의 철강 가격 인하세에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시장 전망이 좋지 않아 시장 전반에 가격 압박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이나스틸은 고객사 수요 급감을 고려해 주요 철강제품 가격을 1톤당 최대 1500대만달러(약 6만5천 원)씩 낮춘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주요 고객사에서 철강 가격이 저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철강 수요를 늘릴 때까지 가격 인하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도 앞세웠다.
타이페이타임스에 따르면 차이나스틸은 한국의 저렴한 철강제품 수입이 대만 내수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가격 경쟁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