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GS리테일에 따르면 앞서 5월17일 출시한 요마트에서 축산품과 과일, 수산품 등 신선식품이 38.1%를 차지한 것은 그동안 수천억 원을 투자한 퀵커머스 부문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요마트는 배달앱 요기요에서 운영하던 운영하던 퀵커머스 서비스로 GS리테일에 인수됐다. 지난해 9월 서비스가 종료됐지만 GS리테일이 다시 출시했다.
다른 경쟁기업의 온라인 신선식품 비중이 15~25% 안팎인 것으로 고려하면 GS리테일이 신선식품 비중을 38%까지 끌어올린 것은 초반 출발이 좋다고 볼 수 있다.
GS리테일은 퀵커머스 사업의 핵심을 장보기 기능으로 판단하고 있다. 빠른 배송을 통한 신선식품 매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신선식품 매출 비중이 높은 것은 GS리테일이 겨냥하고 있는 퀵커머스 사업의 핵심에 점차 다가서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GS리테일이 애초 퀵커머스 사업에 진출한 이유도 이를 노린 것이었다. 전국에 퍼진 편의점 GS25와 수퍼마켓 GS더프레시를 소형유통물류센터(MFC, Micro Fulfillment Center)로 활용한다면 다른 사업자보다 빠른 속도로 퀵커머스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실제로 냉장, 냉동 설비가 갖춰진 편의점과 수퍼마켓에 1~2인에 적합한 소형화 상품군을 배치해 기존 퀵커머스 경쟁업체들이 취급하기 어려워한 축산품과 수산품 판매를 본격화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요마트 출시 이후 현재까지 거둔 성과가 퀵커머스에서 유의미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에 현재 200곳을 거점으로 운영하는 요마트 배송을 6월까지 350곳으로 넓히기로 했다.
지금도 전국 단위로 퀵커머스 배송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세밀한 지역까지 영역을 넓힌다는 얘기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더프레시의 배송망 활용을 통해 요마트는 출시 20일 만에 전국 200여 매장으로 확대 운영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350여 매장으로 요마트 서비스 지역이 더욱 넓어지는 만큼 확고한 경쟁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은 보유하고 있는 여러 채널을 온라인 한 곳에 모으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퀵커머스 서비스인 '우리동네딜리버리'와 요기요를 결합한 통합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우리동네GS’는 7월 출시 예정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우리동네GS가 출시되면 전국 1만5453개 GS25 편의점과 330곳의 GS더프레시 슈퍼 등 오프라인 서비스와 결합해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게 될 것으로 바라본다.
허 부회장은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여러 채널의 쇼핑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플랫폼 구축을 위한 투자는 단기적 성과로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대폭 높일 것으로 확신한다”며 GS리테일을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퀵커머스 사업 확대나 신선식품 비중 증가 등이 실적과 이어질 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허 부회장의 퀵커머스 사업 투자를 놓고 증권업계에서는 끊임없이 의구심을 보내기도 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GS리테일은 2022년 1분기 이커머스 매출이 2021년 1분기보다 32% 늘었고 슈퍼사업은 1%포인트 성장률이 높아졌다”며 “GS리테일 투자의 핵심은 퀵커머스와 슈퍼사업 시너지에 관한 투자로 퀵커머스가 GS리테일의 신규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고 말했다.
퀵커머스와 GS더프레시가 작은 시너지를 내고 있지만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박 연구원은 “GS리테일이 퀵커머스 관련 매출을 의미 있게 거두며 슈퍼 사업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면 퀵커머스 핵심 사업자로 부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GS리테일이 2021년 낸 퀵커머스 사업관련 적자는 270억 원이다. 2020년보다 약 160억 원이 더 늘었다.
1분기 실적도 기대 이하다.
GS리테일은 2022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5985억 원, 영업이익 273억 원을 거뒀다. 2021년 1분기보다 매출은 23.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7.1% 줄었다. 온라인과 퀵커머스 신사업을 준비하며 비용이 늘어난 점이 영업이익 감소의 이유로 꼽힌다.
앞으로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는 퀵커머스 시장을 잡기 위해 다양한 사업자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쿠팡은 ‘쿠팡이츠마트’ 서비스를 통해 서울 일부지역에서 10~15분 퀵커머스 배송을 하고 있다. 배달의민족도 퀵커머스 서비스 ‘B마트’를 통해 서울, 인천, 경기, 대전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롯데온도 퀵커머스의 일종인 ‘한시간배송’ 서비스를 서울과 경기, 인천 등에서 벌이고 있다. 이마트도 최근 퀵커머스 서비스인 ‘쓱고우’를 서울 강남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퀵커머스로 제대로 된 이익을 내는 기업은 없다는 점이 문제다.
물론 GS리테일은 다른 기업들과 상황이 다르다. 다른 회사들이 소형물류센터 투자에 돈을 들여야 하는 것과 달리 GS리테일은 GS25 편의점과 GS더프레시 등으로 인프라 투자에 특별히 돈을 더 들일 필요가 없다.
허 부회장은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비용을 온라인 시스템 구축과 배송 인프라에 투자했다.
허 부회장은 그동안 배송중개서비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 3천억 원을, 배달대행업체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지분에도 508억 원(약 20%)을 투자했다.
물류 스타트업 팀프레시와 카카오모빌리티에도 각각 20억 원과 650억 원을 투자하는 등 퀵커머스를 위한 온라인 시스템 구축과 배송 인프라 확보에 수천억 원을 들였다.
그러나 여전히 퀵커머스가 돈이 되느냐의 문제는 남는다.
GS리테일이 신선식품에서 높은 비중을 보이는 등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지만 퀵커머스에서 이익을 내는 모습을 보여야 허 부회장이 그리고 있는 "통합 플랫폼 기업"이라는 청사진이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퀵커머스 사업 실적과 관련해 “요마트를 통해 신선식품 주문이 들어오는 것이 가맹 슈퍼 매출 증대에 기여한다고 보고 있다”며 “서비스를 시작한 기간이 짧아 구체적 수치를 보여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