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느린학습자. 평균보다 지능지수(IQ)가 낮지만 지적장애 수준은 아닌, 이른바 경계선 지능을 지닌 아이들을 뜻한다.
국내 학령인구(만 6~17세)의 약 14%가 느린학습자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숫자임에도 사회적 관심도는 장애인 등 다른 사회적 약자와 비교해 매우 부족하다.
디자인느긋은 이러한 느린학습자들에게 디지털 디자인 교육을 제공해 사회화를 돕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비즈니스포스트는 7일 디자인느긋을 이끌고 있는 황예술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황 대표는 최근 느린학습자를 위한 지원이 늘고 있지만 많이 부족해 이들이 복지와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했다.
지능검사 결과가 70점 이하면 지적장애, 85점 이상이면 평균에 속한다. 이 사이인 71~84점의 지능지수가 바로 경계선 지능이다.
이들은 홀로 일상생활이 쉽지 않지만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도 제한적이라고 했다.
경계선 지능을 지닌 느린학습자는 주의력이 부족하고 감성·의사 표현이 익숙치 않아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지능에 맞는 교육을 받지 못하면 지능지수가 지적장애 수준까지 낮아지는 등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다.
디자인느긋은 이러한 느린학습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디자인 교육을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사회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이들의 디자인 작품을 활용한 제품을 제작 및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느린학습자의 자립심과 자긍심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디자인느긋은 느린학습자들의 디자인이 들어간 엽서, 스티커, 모자, 티셔츠, 폰케이스 등을 만든다. 이를 교육을 진행하는 지역의 언어치료센터나 자체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얻은 수익금 일부는 해당 그림을 그린 느린학습자에게 디자인료로 지급한다.
황 대표는 “아직 상품을 늘려가는 단계이고 수익도 크지 않지만 학생들의 미래나 잠재능력 개발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홍보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대안학교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느린학습자를 알게 됐다.
하지만 느린학습자들이 적합한 교육을 받지 못해 지적 장애가 생기거나 결국 단순노동만 하게 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황 대표는 “느린학습자들을 돕기 위한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며 “느린학습자들이 태블릿 기기로 그린 그림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디지털 디자인 교육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2020년 디자인느긋은 그렇게 설립됐다. 사명도 느긋하고 여유 있게 느린학습자에 맞는 수준과 속도로 가르친다는 의미를 담았다.
디자인느긋은 주제별로 수강생을 모집해 기초부터 심화과정까지 다양한 수준의 디지털 디자인 교육을 실시한다. 최근 2년 동안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주로 진행했다. 대안학교와 언어치료센터 등에서 특강을 하기도 한다.
사회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인정받아 2021년 5월에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같은 해 6월에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 디자인느긋에서 판매하는 그립톡(휴대전화 손잡이) 제품. <디자인느긋> |
느린학습자를 위한 디지털 디자인 교재 제작 등에도 나서고 있다.
황 대표는 “느린학습자에 적합한 디지털 디자인 교재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느린학습자의 디자인 활용도를 넓히기 위해 이를 활용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작 등의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느긋은 더 많은 느린학습자를 돕는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황 대표는 “느린학습자 가운데는 그림을 잘 그리거나 수학적 계산을 잘하는 등 특정 분야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며 “다양한 재능을 지닌 느린학습자들이 각자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성장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