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해외 반도체기업들의 현지 공장 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와 대만 TSMC가 미국 정부의 압박과 중국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영향을 받아 중국 내 반도체 시설투자에 소극적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중국 반도체 중심지인 장쑤성에서 해외 반도체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미국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난징과 우시, 쑤저우 등 주요 도시가 위치한 장쑤성은 SK하이닉스와 TSMC 등 업체가 대규모 반도체공장을 운영하는 첨단 산업 중심지로 꼽힌다.
장쑤성 당국은 6월 중에 해외 주요 반도체기업과 현지 협력사를 포함해 수만 곳의 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와 세미나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SK하이닉스와 TSMC 또는 다른 해외 반도체기업의 현지 공장 투자 확대나 새 반도체공장 건설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번 행사가 개최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공장 투자 확대를 적극 유도하고 있지만 해외 반도체기업들을 향한 미국 정부의 압박이 거세져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에 의존을 크게 낮추겠다는 ‘디커플링’을 목표로 두고 중국에 반도체장비 수출 등을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 D램공장에 증설 투자를 계획했지만 미국의 압박으로 이를 잠정적으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 중국 반도체공장에 첨단 장비 도입을 반대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시설투자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도시봉쇄 등 강력한 대응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현지 반도체공장 투자를 추진하기 쉽지 않은 이유로 꼽혔다.
장쑤성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쑤저우도 2월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조치 대상에 포함되면서 반도체 협력사들의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는 사태를 겪었다.
베이징 등 지역으로 봉쇄조치가 확산되며 중국의 4월 반도체 생산량은 최근 2년 이내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만 TF증권은 중국의 불안정한 생산 환경으로 현지에 있는 반도체기업 가운데 약 40%가 한국과 일본, 대만과 동남아 국가로 공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와 TSMC도 이런 흐름에 따라 중국에 반도체 생산 의존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전략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 내 반도체공장 투자가 완전히 중단 상태에 놓인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인텔에서 인수한 중국 다롄 낸드플래시공장 단지에서 새 3D낸드 공장 착공식을 열고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