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05-01 15: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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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가 4~5나노 공정 수율(완전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의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의 빠른 상용화와 수율 안정화를 통해 이와 같은 의구심들을 단숨에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 최시영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최근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를 향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완전히 의구심이 해소되기에는 부족한 설명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4월28일 “5나노 공정은 현재 성숙 수율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4나노는 초기 수율 향상이 다소 지연됐지만 현재는 계획한 수율 향상 구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4~5나노 공정의 수율이 떨어져 주요 고객사가 이탈했다는 최근의 언론보도를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성숙 수율 단계’, ‘계획한 수율 향상 구간’ 등 구체적 수치가 아닌 추상적인 설명에 그치면서 삼성전자 투자자들은 정확한 수율 개선의 정도를 전혀 알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해명을 어느 정도로 받아드려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각각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가 그동안 각 공정별 수율을 제시하는 적이 없었고 이는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TSMC가 공정별 매출액을 공개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공정별 매출도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첨단공정에서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TSMC는 2022년 1분기 5나노 이하 공정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첨단공정과 관련한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3나노의 빠른 상용화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실제 가동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일부 해외언론의 보도와 달리 계획대로 2분기 안에 3나노 공정을 상용화하겠다고 못 박았다.
여기에 3나노 공정은 선단공정 개발체계 개선을 통해 수율 향상 기간을 단축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밝혔다. 즉 4~5나노에서 겪었던 초기 수율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일반적으로 반도체 공장은 최적화된 설비를 구축하고 알맞은 제조 환경을 조성하는 데 수많은 미세한 조정이 필요해 수율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파운드리사업에서 수율이 안정화되려면 공장 가동 뒤에도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4나노 수율이 기대에 못 미쳤던 것도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태에서 대량의 고객사 물량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4나노와 달리 3나노 단계에서는 우선 삼성전자 자체 물량만 생산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제품부터 적용하는 것이 3나노 수율을 빨리 끌어올리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파운드리 수율을 끌어올리려면 팹리스 각각의 설계도마다 수많은 미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공정 과정에서 파운드리와 팹리스가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해야 하는데 이는 가장 오랫동안 함께 제품을 개발 생산해 왔던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사업부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인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최대 경쟁자인 대만 TSMC가 4나노 수율에서 삼성전자보다 앞설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 차이도 있지만 고객사와 오랜 협업을 통해 노하우를 쌓은 영향이 컸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제품부터 적용해 3나노의 수율을 빠르게 끌어올린 다음 퀄컴, 엔비디아 등 외부고객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 조사기관 IC놀리지는 “삼성전자가 올해 도입하는 3나노 초기 공정인 3GAE 미세공정 기술을 외부 고객사 반도체 생산에 활용하는 대신 자체 반도체 생산에만 활용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이 외부 고객사 파운드리에 활용되는 시기는 2023년에 차기 공정인 3GAP 공정을 도입한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2분기 3나노 상용화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다면 업계 1위인 TSMC와 진정한 경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3나노는 트랜지스터 생산 신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가 처음 도입되는데 이는 기존 핀펫(FinFET)’ 방식보다 성능이 30% 향상되고 전력소비는 50% 감소된다.
TSMC가 하반기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3나노 공정은 여전히 핀펫 방식이 적용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기술 우위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해외 IT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의 수율과 성능 개선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한다면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외에 1~2개의 글로벌 팹리스기업이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을 활용해 반도체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