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의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투자를 앞두고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예상해 대만에서 채용한 전문인력을 미국으로 대거 이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미국 파운드리공장 기술인력 채용에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해지고 있다.
22일 대만 자유시보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하는 제21 공장에서 근무할 엔지니어 및 기술자를 모집하고 있다.
최소한 올해 연말까지 대만에서 반도체장비 가동 및 반도체 품질 검사, 관리 등 직무를 맡다가 미국으로 이주해 최소한 2년 동안 근무해야 하는 조건이다.
TSMC는 미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 거주지와 교통수단 및 생활 보조금, 대만에 방문할 때 필요한 비용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토익 점수가 상위 8% 이내에 들어야 한다는 점 이외에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학력이나 경력 등 조건을 두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지원 조건을 낮춰 대규모 채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자유경제는 TSMC가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 이후 심각한 인력난을 겪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대만 구직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현재 반도체는 물론 배터리와 완성차 등 제조업,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등 IT산업 등 전반에서 심각한 수준의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와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며 노동자 수요도 급증하고 있지만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은 태부족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TSMC가 투자하는 대규모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은 정상 가동을 위해 수천 명대의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이러한 점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채용과 직무교육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장중머우 TSMC 창업주도 최근 미국 한 씽크탱크의 토론회에 참석해 인력 부족 문제를 언급하며 TSMC가 미국 반도체공장 가동에 인력 부족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을 보였다.
자신이 TSMC 경영을 맡을 때 이런 점 때문에 미국에 반도체공장 투자 확대를 검토하지 않았다며 여러 현실적 문제를 고려할 때 투자가 성공적 결과를 낳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공장 인력 부족 문제는 TSMC뿐 아니라 삼성전자에도 점차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
삼성전자도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 약 20조 원을 들이는 대규모 반도체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했고 TSMC와 비슷한 시기에 공장 가동을 위한 채용 등 준비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운영하며 3천여 명의 인력을 두고 있어 반도체 전문인재 채용과 관련한 노하우 등 측면에서 다소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그러나 새 파운드리공장 규모가 기존의 오스틴 반도체공장보다 크고 훨씬 고도화된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이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력을 확보하는 일은 더 어려울 수 있다.
더구나 TSMC에 이어 인텔까지 가세해 미국 내 반도체 전문인력 확보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공장 가동에 필요한 인력을 적기에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삼성전자도 TSMC와 같이 선제적으로 한국에서 채용한 반도체 인력을 미국으로 데려가거나 현지에서 활발하게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과제가 다급해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 미국공장 설립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미국의 제조업 인력 부족을 이유로 현재는 계획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다.
삼성전자도 이런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 미국 파운드리공장 투자를 결정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앞으로 인력 확보를 위한 계획을 구체화해 순차적으로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도 현지에서 반도체 전문인력 풀을 넓히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두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TSMC 등 반도체기업들의 인재 유입을 반길 공산이 크다.
그러나 한국의 반도체 전문인력이 결국 미국으로 대거 유출되는 결과로 이어져 자칫하면 미국 내 다른 반도체기업으로 인력 이동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