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은 '투자는 자본에 모험정신과 야성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정의할 만큼 투자의 야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최근 미래에셋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가상자산 사업에서 미래에셋그룹이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고 투자의 야성을 지닌 조직이 돼야 한다는 박 회장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증권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가상자산 사업을 추진하는 곳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SK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거래소 또는 관련 기업에 지분투자를 하거나 업무협약을 통해 가상자산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는 반면 미래에셋그룹은 가상자산 전문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가상자산 법인을 설립하는 등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아직 검토단계인 만큼 구체적 사업 내용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컨설팅을 주축으로 가상자산 사업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직접 가상자산 전문법인을 설립한 뒤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해주는 수탁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미래에셋그룹은 가상자산 전문법인을 통해 가상자산 관련 자산관리 서비스나 펀드 운용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가상자산 사업은 온전히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은 상태로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제도권 편입 전 단계임에도 미래에셋그룹이 가상자산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박현주 회장이 강조해온 '투자의 야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이 야성을 잃지 않고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2017년 미래에셋그룹 창립 20주년 기념사에서도 “미래에셋은 벽을 문으로 바꾸듯 금융에 새 길을 여는 영원한 혁신가가 되겠다"며 "개인 소유를 넘어 경쟁력 있는 지배구조를 만들고 전문가가 꿈을 구현하는 투자의 야성을 갖는 조직을 만드는 것은 미래에셋의 중요한 책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미래에셋그룹의 가상자산 사업이 미래에셋컨설팅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의 지분 48.63%를 포함해 박 회장의 부인과 자녀 등 오너 일가가 지분 91.86%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회사다.
박현주 회장의 가상자산 사업을 향한 의지가 없었다면 미래에셋컨설팅을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의 공식 유튜브채널 '스마트머니'를 통해 공개된 ‘박현주 회장과 함께 하는 투자미팅’ 영상에서도 성장하고 있는 비주류사업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박 회장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당시를 놓고 "그 때만 해도 증권업계는 '투기판'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하지만 자본시장의 성장을 믿고 증권업을 택했다"고 말했다.
최근 가상자산 사업은 금융권 전반에 걸쳐 미래 먹거리로 떠오를 만큼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가총액은 55조2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평균 거래규모는 11조3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가상자산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두나무, 빗썸코리아 등 국내 주요 가상화폐거래소 운영업체들의 실적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최근 3년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2019년 423억 원, 2020년 866억 원, 2021년 3조2714억 원으로 집계됐다. 3년 사이 무려 7634%배 증가했다.
두나무는 지난해에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 1조4855억 원을 훌쩍 뛰어 넘는 실적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빗썸코리아의 영업이익도 2019년 508억 원에서 2021년 7822억 원으로 약 1440배 뛰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통적 금융사의 가상자산 사업을 두고 "아직까지는 법적 한계, 리스크 관리 등의 현실적 이유로 합작법인, 지분투자, MOU 체결 등 소극적 간접 진출이 대부분"이라며 "선점우위 효과 등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직접 진출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