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운 기업 테라파워에 투자를 검토하면서 국내에 알려진 ‘토륨 원자로’가 차세대 발전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기존 원전과 비교해 안전성이 높은 소형모듈원전이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 테라파워 로고.
소형모듈원전 가운데서 특히 그동안 기존 원전에 쓰이던 우라늄 기반의 원자로 대신에 안전성이 강한 토륨 원자로가 상업화된다면 기존 원전 시장까지 바꿔버릴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나온다.
17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기존 원자로와 달리 고온에서 녹인 소금성분(용융염)으로 원자로를 식힐 수 있는 토륨 원자로가 최근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토륨은 자체적으로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동안 우라늄과 비교해 발전효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토륨은 가속기를 통해 중성자를 계속 공급해야 핵분열을 하기 때문에 전력 공급이 끊어지면 자동적으로 중성자 공급이 중단되면서 핵분열 반응이 멈춘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우라늄보다 훨씬 안정성이 높다는 점에서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존 우라늄 기반의 원전은 핵분열시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 생성되고 이들 물질이 붕괴할 때 다량의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더구나 토륨 원자료의 원료로 쓰이는 토륨은 매장량이 천연 우라늄과 비교해 4배나 많아 원료 조달에서도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토륨 원자로의 건설비용은 우라늄 원자로의 10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륨 원자로는 사용후 핵연료의 83%가 10년 내 방사능이 안전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나머지 17%도 500년 이내 석탄 탄광 수준으로 낮아져 기존 우라늄 기반 원전에 비해 친환경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토륨 원자로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에는 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이 나오지 않아 핵확산 우려도 없다.
이런 장점 때문에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기존 원전 기술을 활용해 빠르게 상업화할 수 있는 우라늄 기반 소형모듈원전뿐만 아니라 토륨 원자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가 토륨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
SK그룹은 지주사인 SK와 에너지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이 수백억 원을 투자해 테라파워 지분 10%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파워는 2024년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에 345메가와트급 소형모듈원전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일본 히타치의 합작사인 ‘GE히타치핵에너지’와 손잡고 현재 설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테라파워와 GE히타치핵에너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유타주도 토륨 원자력 발전소 개발업체인 알파테크 리서치 코퍼레이션을 지원하고 있다.
토륨 원자로를 향한 기대감이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토륨 원자로 설계도를 공개했다. 중국정부는 2030년까지 상업용 토륨용융염원자로(TMSR) 개발을 마무리 지어 중서부 사막 지역에 원자로를 건설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토륨 매장량을 고려하면 적어도 2만 년 동안 에너지 수요를 채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냉각재로 소금성분을 쓰는 원자로(토륨 원자로 포함)는 노심의 열을 제거하기가 유리하고 고온에서도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면서 폭발할 위험이 낮아 유망한 차세대 원자력 발전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