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수 년째 출혈경쟁을 하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이커머스시장에서 독보적 점유율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
▲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
영업수지 흑자전환의 기대를 품을 수 있는 변곡점만 보인다면 쿠팡이 ‘한국판 아마존’으로 빠르게 자리 잡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온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6일 유통산업 분석리포트에서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의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쿠팡의 실적이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과 경쟁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바라봤다.
박 연구원은 온라인 유통시장이 쿠팡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봤다. 그 근거는 쿠팡의 총거래액 증가 속도와 시장점유율 확대 속도가 모두 다른 이커머스기업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2020년 대비 2021년의 쿠팡의 총거래액 성장률은 72%다. 직전 년도(89.6%)와 비교해 총거래액 성장률이 다소 낮아졌지만 다른 이커머스기업과 비교하면 쿠팡의 성장세가 여전히 돋보인다.
주요 이커머스기업인 SSG닷컴(22%), GS프레시(20%), 롯데온(12%) 등의 총거래액 성장률은 쿠팡과 비교하면 미미해보일 정도다.
쿠팡의 가파른 총거래액 확대는 곧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유통시장의 규모는 193조 원가량이다.
쿠팡의 총거래액은 37조8천억 원 수준으로 점유율 19.6%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점유율 13.8%보다 5.8%포인트 증가했다.
2019년 점유율 8.5%와 비교하면 2년 만에 영향력을 2배 이상 확대한 것이다.
박 연구원은 이를 놓고 “아마존이 미국에서 40% 안팎의 절대적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2위 기업과도 격차가 크지만 아마존도 연간 시장점유율이 5%포인트 이상 상승한 적은 없다”며 “쿠팡 중심의 온라인 유통시장 재편이 가속화하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쿠팡은 지마켓글로벌(옛 이베이코리아)과 격차도 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마켓글로벌의 2021년 총거래액은 약 16조5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2020년 추정 총거래액인 20조 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시장점유율도 과거 12% 수준에서 지난해 9%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쇼핑과 쿠팡에 이어 이커머스시장의 3대 강자로 꼽히는 지마켓글로벌의 성장세가 주춤하다는 것은 결국 쿠팡이 영향력을 더욱 늘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뜻과 다름없다.
전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식품분야에만 한정해 봐도 쿠팡은 높은 성장속도를 보인다.
2021년 온라인 식품시장의 성장률은 27%인데 쿠팡은 이보다 4배 높은 100%의 성장률을 보였다. 오아시스(79%), 마켓컬리(49%), SSG닷컴(17%)보다 한참 빠른 성장세다.
온라인 식품시장에서의 점유율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쿠팡은 2020년만 해도 온라인 식품시장에서 점유율 4.4%였으나 지난해에는 점유율이 7%까지 증가했다. 반면 SSG닷컴 점유율은 2020년 8%에서 2021년 7.3%까지 낮아졌다.
이러한 수치들은 쿠팡이 그동안 강조해온 ‘계획된 적자’가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쿠팡은 2021년 3월 뉴욕증시에 상장하기 전까지 누적적자만 4조6천억 원이 넘었다. 지난해 적자 1조8천억 원을 더하면 현재까지 6조4천억 원가량을 손해봤단 얘기다.
쿠팡의 영업손실이 좀처럼 줄어드지 않고 늘어나기만 하는 것을 놓고 흑자전환이 불가능한 회사가 아니냐는 얘기까지 심심찮게 나왔다.
쿠팡의 초기 투자자이자 든든한 투자자로 여겨졌던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비전펀드가 2021년 9월에 이어 올해 3월에도 지분을 대거 매도하면서 이런 의구심은 더욱 증폭됐다.
실제로 현재 쿠팡 주가는 18달러대에 머물고 있는데 이는 공모가 35달러와 비교해 절반 수준이며 상장 첫날 60달러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머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는 항상 미래에 자신감을 보였다.
김 의장은 3월 초 열린 쿠팡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제품 상거래부문은 쿠팡이 세운 마진율 목표의 이행 상황이 가장 분명하게 나타날 영역이며 성과는 4분기에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며 4분기에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 연구원은 쿠팡과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의 흐름을 놓고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평가까지 내놨다.
‘쿠팡의 시간’은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면서 집중적으로 투자한 물류센터 완공이 임박할수록 더욱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은 지난해 국내에 140만㎡ 규모의 물류 인프라를 확보했다. 이는 2019~2020년 구축한 물류 인프라 규모를 뛰어넘는 것이다.
쿠팡이 물류센터를 더 지을수록 재고부담이 높은 직매입보다 관리가 용이한 3자거래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흑자전환을 바라보는 시각이 기대감을 넘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쿠팡의 움직임을 보면 물류센터 이외의 요소도 수익성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쿠팡은 올해 6월부터 기존 유료멤버십 ‘로켓와우’ 회원들에 대한 멤버십 가격을 기존 2990원에서 4990원으로 높인다. 로켓와우 회원수는 2021년 말 기준으로 900만 명이 넘는데 이에 따른 연간 수익만 약 5400억 원을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쿠팡은 이밖에 음식배달 플랫폼인 쿠팡이츠의 수수료 개편 등을 통해 적자 규모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