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2-04-06 11: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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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HLB(에이치엘비)그룹 계열사 HLB생명과학이 저조한 수익성으로 인해 재무적 안정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HLB생명과학이 곧 추진할 기업 인수합병이 재무구조를 개선할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 HLB생명과학 로고.
6일 HLB생명과학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곧 발행할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해 4~5일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신용평가 ‘B0(안정적)’ 등급을 받았다.
'B0' 등급은 '원리금 지급확실성이 부족하며 그 안정성이 가변적이어서 매우 투기적'이라는 의미다. 앞서 HLB생명과학이 2021년 4월 나이스디앤비로부터 정기평가로 받았던 'BB-'보다 떨어진 등급이기도 하다.
'안정적'은 향후 1~2년 안에 등급이 변할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B0 등급은 한 단계 낮은 'B-' 등급과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주어지는 'CCC' 이하 등급을 제외하면 신용등급 중 가장 낮다. 6일 나이스신용평가 기준으로 채권신용등급 'B0'를 받은 기업은 전체 평가대상 442개 가운데 4개(0.90%)에 불과하다.
HLB생명과학이 이처럼 낮은 신용등급을 받은 까닭은 회사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HLB생명과학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냈다. 손실 규모는 2018년 80억 원, 2019년 45억 원, 2020년 81억 원, 2021년 185억 원 등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매출 규모는 2018년 1025억 원에서 2021년 535억 원으로 절반가량 축소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HLB생명과학은 부(-)의 잉여현금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며 부족자금을 유상증자 등으로 충당하는 불안정한 현금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는 “HLB생명과학은 주력 사업인 의약품 유통부문에서 주요 거래처와 거래가 중단됨에 따라 외형이 크게 축소됐다”며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현재 수익기반은 미흡한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HLB생명과학의 저조한 수익성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의약품 유통업은 특성상 높은 마진을 거두기 어렵고 자체 바이오사업은 단기적으로 실적에 기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HLB생명과학은 항암제 '리보세라닙'과 '파이로티닙' 등을 다양한 적응증으로 개발하고 있다.
다른 HLB그룹 계열사들 역시 HLB생명과학에 대한 지원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됐다. 한국기업평가는 “계열 내 지원여력을 보유한 계열법인이 없어 지원 가능성을 (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HLB생명과학이 제9회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해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 'B0' 등급을 받았다. < HLB생명과학 증권신고서 갈무리 >
HLB생명과학으로서는 이번 사채 발행을 통해 자생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HLB생명과학은 신주인수권부사채 1천억 원 규모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사채는 주주우선공모 방식으로 발행된다.
사채로 모집한 자금 가운데 600억 원은 타법인 지분을 인수하는 데 사용된다. 유망한 기업을 인수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인수 대상을 물색하기 위한 전담 조직도 구성됐다. 현재 대표이사 및 최고재무책임자가 포함된 태스크포스(TF)가 마련돼 인수 전략을 검토하는 중이다.
HLB생명과학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신약개발사업의 매출 및 이익 지속성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자 한다”며 “기업을 인수할 경우 기존 사업부와 시너지뿐 아니라 사업 다각화에 따른 매출 다변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HLB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실제로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기반을 다진 사례가 존재한다.
HLB그룹 지주회사 격인 HLB는 앞서 체외진단의료기기업체 에프에이(현재 HLB 헬스케어사업부), 비임상 전문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노터스 등 실적이 우수한 기업을 잇따라 사들였다. 이에 따라 올해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