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경제가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저성장기를 맞아 1990년대 일본 경제 ‘버블붕괴’ 사태와 비슷한 시기를 지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놓쳐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는 30일 논평을 내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떠올랐던 미국과 유럽 경제의 ‘일본화’에 관련한 우려가 최근 인플레이션 심화를 계기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화는 일본 경제가 급성장기를 맞이했다가 1990년대 들어 소비 위축과 경제성장 둔화 영향으로 단기간에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고 주식시장에도 큰 타격이 나타났던 버블 붕괴를 일컫는다.
로이터는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동시에 심각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이끌면서 미국 경제에 일본 버블붕괴가 재현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바라봤다.
투자은행 HSBC도 로이터를 통해 “현재 주식시장 상황과 연준의 대응 등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의 일본화 가능성은 충분히 살아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 경제성장 저하와 주식시장 붕괴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 원인으로 연준의 소극적 대응이 꼽히고 있다.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의 부작용을 우려해 장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온 결과 이제는 가파른 금리 인상도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뉴욕 연방은행 총재를 지낸 빌 더들리는 29일 블룸버그 칼럼을 통해 “파월 의장은 경제 정상화에 너무 낙관적 시각을 보였고 결과적으로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상태로 낮아진 인플레이션 상승률을 목표치로 끌어올리고 고용시장 안정을 우선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고수해 코로나19 사태 완화에 따른 경제적 변수에 잘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들리 전 총재는 “연준은 지금의 인플레이션 상승폭과 관련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을 정상화시키는 일은 앞으로 고용시장과 경제성장에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은 뒤늦게 한꺼번에 0.5% 수준의 금리 인상 계획을 검토하는 등 인플레이션 대응에 공격적 태도로 선회하고 있다.
당장 연준의 5월 정례회의부터 이런 기조가 반영되며 올해 기준금리 인상폭이 시장의 기존 전망치를 웃돌 것이라는 시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이 아직 미국 고용시장과 경제성장률에 반영되지 않은 만큼 연준의 금리 인상에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기준금리 인상은 고용 둔화와 경제성장 위축을 이끌 수 있어 연준도 여러 상황을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전문가들은 연준이 미국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을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고 있다”며 “연준의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과 금리 인상효과에 대한 기대가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