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호반건설이 오너일가와 관련된 계열회사를 은폐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호반건설은 몸집을 빠르게 불리는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편법 지분 승계, 언론 계열사 부당한 지원 등 논란이 있었는데 또 한 번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셈이다.
▲ 김상열 호반장학재단 이사장 겸 서울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
18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많은 건설하들은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관련 사항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상장 건설사들은 사외이사 영입, ESG위원회 확대 개편 등으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갖추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대표적으로 GS건설은 올해 주총에서 이호영 한국윤리경영학회 회장을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한다. DL이앤씨는 첫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거버넌스위원회를 확대 개편한다.
호반건설은 2018년부터 준비해온 상장이 미뤄지면서 아직 상장사는 아니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2017년 자산이 5조 원을 넘어서며 대기업 반열에 올랐고 2021년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13위로 대형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재계순위는 37위에 공정자산총액이 10조698억 원으로 늘어나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계열사 수도 42개에 이른다.
김상열 회장이 1989년 자본금 1억 원, 직원 5명으로 시작한 작은 건설사일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호반건설은 지난 17일 공정위가 지정자료 허위 제출 행위 관련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조치한다고 밝히자 "일부 친족과 관련 회사가 누락된 것은 업무 담당자의 단순 실수"라며 공정위 제재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 회장은 지분이 전혀 없는데 친족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업집단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에 법적 논란의 여지가 있고 친족만 주식을 보유한 회사의 존재를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취지로 해명했다.
그런데 공정위 설명을 들어보면 사정은 많이 다르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누락한 친족 2명은 사위와 매제다. 자료가 누락된 계열사 가운데 건설자재유통업을 하는 삼인기업은 계열회사 직원들도 친족회사로 인지해왔던 회사로 조사됐다.
호반건설은 삼인기업이 협력업체 등록을 위한 신용등급 등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2020년 7월부터 거래를 시작해 물량을 몰아줬다. 이 과정에서 계열회사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 위해 친족 보유 지분을 타인에게 양도한 정황도 나타났다.
삼인기업은 호반건설 거래비중 88.2%에 이를 뿐 아니라 자본금 5백만 원 기업에서 6개월 만에 연 매출 20억 원 기업으로 커졌다.
2021년 2월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호반건설은 같은 해 8월 삼인기업을 청산시켰다.
또 호반건설은 김 회장 사위가 최대주주로 있는 세기상사를 계열편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수차례 보고 받고도 지정자료 제출 때 이를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김 회장이 세기상사 누락사실을 인지한 뒤 의도적으로 딸의 혼인신고일을 기재하지 않고 계열편입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누락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호반건설 계열 언론사인 전자신문 임원이 공정위 제재를 앞두고 1월 공정거래위원장과 만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청탁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도 제기됐다.
앞서
김상열 회장은 호반건설이 기업공개 심사를 준비하면서 ‘오너 리스크’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 2018년 호반건설이 기업공개 추진을 본격화하자 호반건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며 ‘오너기업’ 이미지를 벗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호반건설은 당시 사회공헌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사회공헌활동 확대 등에도 힘을 실었다.
기업공개 심사에는 기업의 매출, 영업이익 등 재무적 지표와 성장성 외에도 경영의 투명성, 지배구조 및 평판 등 도덕적 평가도 한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 호반건설은 최근 2020년 영입한 김선규 그룹 총괄회장 체제를 이어가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내세우고 있다.
김상열 회장은 올해 임원인사에서 서울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이런 김 회장의 변신 노력은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과 관련한 외부의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은 김 회장의 오너경영체제로 회사를 빠르게 키워오면서 높은 내부거래 비중 등 각종 논란과 의혹이 있어왔다.
김 회장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들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호반과 차남 김민성 호반산업 전무가 지분 42%를 보유한 호반산업 등은 그룹 내부거래 일감으로 빠르게 외형을 키웠다.
호반은 특히 그룹 승계구도의 핵심 축으로 나중에 주력 계열사 호반건설과 합병하면서 ‘편법 지분승계’ 논란도 일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2019년 불공정경쟁, 부당 내부거래 등 혐의로 호반건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몇해 전부터 호반건설은 서울과 경기지역으로 진출함으로써 이른바 전국구 건설사로 올라서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코로나19 등 여러 상황이 덮치면서 기업공개 일정을 재검토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장 의지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호반산업을 통해 대한전선도 인수하면서 해외 건설시장으로 사업를 확대하려 한다.
이처럼 그룹이 성장해온 만큼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규모에 걸맞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ESG가 기업경영의 한 요소로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