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회장 선임까지 몇 발짝을 남겨둔 시점에서도 법적 리스크를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함 내정자는 회장에 오르기까지 주주총회와 이사회 등의 절차만 남겨두고 있는데 특히 주총에서 주주들을 안심시키고 달래는 게 절실해졌다.
▲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3월11일 채용비리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서부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함 내정자가 14일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처분취소’ 소송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으면서 주주총회에서 회장 선임 안건이 통과할지 주목된다.
물론 함 내정자에게 내려진 ‘문책경고’ 징계의 효력이 한 달 동안 정지된 만큼 당장 함 내정자가 회장으로 취임하는 데는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함 내정자는 2020년 3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문책경고는 3년 동안 금융기관 신규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다.
서울행정법원이 함 내정자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현재는 문책경고 징계의 효력이 중지된 상태다. 서울행정법원은 함 내정자가 낸 신청을 인용할 당시 1심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징계의 효력을 정지하도록 결정했다.
문제는 취임 이후다. 함 내정자가 회장에 오른 뒤 징계 효력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함 내정자는 조만간 항소장을 제출하고 행정소송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주주들이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회장 선임에 선뜻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최근 하나금융지주 주총 안건분석 보고서에서 법적 리스크를 이유로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에 반대표 행사를 권고했다.
다른 금융지주의 사례를 볼 때 ISS의 권고 의견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ISS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할 때에도 반대표 행사를 권고했는데 조 회장과 손 회장 모두 주총에서 연임 안건이 통과됐다.
다만 이번에 함 내정자가 법적 리스크를 완전히 떨치지 못한 만큼 주주들의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14일 기준으로 70.92%다.
물론 하나금융지주에서 함 내정자를 대신할 만한 회장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주총에서 회장 선임 안건이 별탈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재판에서 (함 내정자가) 승소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며 “주총과 가처분 신청 인용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함 내정자의 회장선임 안건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법적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불확실성을 안은 상태에서 회장 임기를 시작한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 주총은 25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에 있는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 4층 강당에서 열린다. 주총이 열리는 4층 강당을 향하는 함 내정자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함 내정자는 그동안 법적 리스크를 의식해 미래 경영계획을 내놓는 데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는데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함 내정자는 11일 채용비리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판 결과를 주주들에게 상세히 설명해 주주총회를 무난히 지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함 내정자가 행정소송에서 패소하자 변호인단을 긴급 소집해 대응방안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는 “그동안 본 사안 관련해 법적, 절차적 부당성에 대해 적극 설명하고 고객 피해 회복을 위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모두 수용해 투자자들에게 배상을 완료하는 등 최선을 다했는 데도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스럽다”며 “판결에 관한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 검토 뒤 밝히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