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도 앞으로 출시하는 전기차에 기존의 삼원계 배터리 대신 원가가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전기차 배터리업계 판도가 중국업체에서 주로 생산하는 LFP 배터리 중심으로 조금 기우는 분위기인데 이는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경쟁력에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리비안은 현지시각으로 10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주주서한을 통해 “LFP 배터리를 활용하기 위해 2022년부터 전기차에 도입할 표준 배터리팩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LFP 배터리가 도입되면 전기차 생산원가 절감과 배터리 물량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리비안은 그동안 전기차에 NCA(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해 왔다. 하지만 니켈과 코발트 원재료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물량 확보도 어려워지자 전략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니켈과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아 원가가 비교적 저렴한 반면 일반적으로 주행거리가 짧아 주로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저가형 전기차 배터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RJ 스캐린지 리비안 CEO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변수로 자동차산업 역사상 가장 심각한 공급망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며 외부 협력사를 통해 LFP 배터리를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협력사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그동안 LFP 배터리를 주력으로 외부 고객사에 공급하던 중국 CATL과 BYD 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전기차 1위 기업인 테슬라도 기존에 파나소닉의 삼원계 배터리만 전기차에 탑재하던 고집을 껶고 지난해 말부터 LFP 배터리를 쓰기 시작했다.
리비안이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는 주요 전기차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인 만큼 테슬라와 리비안 등 영향력 있는 업체들의 전략 수정은 곧 전기차시장 전체의 판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던 니켈과 코발트 가격이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 영향으로 더 크게 뛰어오를 조짐을 보이며 LFP 배터리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런 시장 변화는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독점적 수혜로 돌아와 삼성SDI와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배터리업체들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삼성SDI와 SK온,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최근 시장 변화에 대응해 LFP 배터리 생산 확대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CNBC가 인용한 시장 조사기관 로스킬 분석에 따르면 현재 세계 LFP 배터리 생산의 95%는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어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뒤늦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
CNBC는 “테슬라와 리비안은 중국 전기차기업과 배터리업체를 뒤따라 LFP 배터리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며 “코발트 공급에 의존을 낮추기 위한 선택”이라고 보도했다.
리비안은 최근 전기차 생산량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수익성 확보에도 부담을 느껴 전기차 생산 계획을 늦추고 가격도 대폭 높여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리비안 주가는 지난해 11월 상장 이후 현재까지 60% 가까이 하락하며 고전하고 있다.
앞으로 출시하는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한 것은 배터리 확보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최대한 절약해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수익성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스캐린지 CEO는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어떤 것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10년 뒤에는 리비안의 제품과 기술이 자동차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