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02-23 15: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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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국내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은 제한적 영향만을 받고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정유사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분석됐다.
▲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기아 본사.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23일 ‘우크라이나 사태 금융시장 및 업종별 영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해지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부담이 높아지면서 국내외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직접 침공에 따른 전쟁 발발과 그에 따른 서방국가의 강력한 경제 제재가 이뤄지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미 21일 러시아 은행 2곳과 서방국가 거래를 전면 차단하고 국가 채무 등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동결하는 등 러시아를 향한 경제 제재에 들어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실제 이뤄지면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 등 광범위한 제품의 수출 통제도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는 자동차기업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한국이 러시아에 수출하는 품목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다. 러시아에 수출하는 제품 가운데 자동차·부품 비중은 44%를 차지한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은 러시아에 자동차 25억 달러, 자동차부품 14억5천만 달러를 수출했다. 국내 완성차 수출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이른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21년 러시아에 각각 17만2천 대, 20만6천 대를 팔았다. 러시아 현지 시장점유율이 각각 10.3%, 12.3%였다. 두 회사의 판매대수를 합치면 러시아 자동차시장 점유율 1위다.
게다가 러시아 현지에는 현대차와 현대위아 공장도 가동되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 12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GM 공장을 인수했는데 올해부터 가동을 본격화해 러시아 현지 연간 생산능력이 기존 23만 대에서 33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로 자동차부품 등을 러시아 공장에 조달할 수 없게 된다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타격을 주기 위해 활용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러시아에도 적용한다면 미국산 부품이나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2014년 크림반도 분쟁으로 서방국가의 러시아 경제 제재가 실현됐을 때 현대차와 기아의 러시아 수출은 급감했다. 2015년 국내에서 러시아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2014년보다 62.1% 줄었는데 이는 모든 수출품목 가운데 가장 감소폭이 컸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러시아 루불화 하락에 따른 환손실과 유가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원가 부담 등 거시경제 환경 변동도 현대차나 기아차 등 자동차업종에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2차전지기업도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니켈, 알루미늄 등 2차전지의 핵심재료의 주요 생산국이다.
이미 최근 니켈과 알루미늄 가격은 3개월 전인 2021년 11월과 비교해 20% 이상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은 애초 걱정과 달리 우크라이나 사태에 크게 영향받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모습.
반도체 공정에 필수 소재인 ‘팔라듐’은 35%가 러시아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레이저의 핵심 소재인 ‘네온’은 우크라이나에서 90% 이상이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원가 내에서 팔라듐과 네온의 비중은 크지 않고 이미 확보된 물량도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반도체 투자활성화 간담회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과 관련해 “원자재 재고를 많이 확보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SK에너지 등 정유사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 세계 원유·천연가스 생산량의 10~15%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전쟁이 발발하면 원유·천연가스의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큰데 이 때 국내 정유사는 기존 제품의 판매가격을 높일 수 있고 재고평가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유럽 지역의 러시아산 원재료 도입 제한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수출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정유사는 2021년 약 40조 원의 석유제품 수출을 달성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2013년 말~2014년 초 크림반도 사태가 발생했을 때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중반에서 100달러 초반으로 올라서며 약 9.4% 상승했다”며 “이번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적 군사충돌이 발생하면 유가는 100달러 이상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